이달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 등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아파트 거래량이 주춤한 가운데 경매 시장에서 서울 아파트 인기는 여전히 뜨거운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 경매에는 28명의 응찰자가 몰렸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100%를 웃도는 매각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29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 길음동 래미안길음1차 전용 59㎡는 지난 24일 감정가(6억5000만원)를 크게 웃도는 7억6000여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낙찰가율이 118%에 이른다. 한 차례도 유찰되지 않은 물건이지만 응찰자가 28명이나 몰렸다.
2003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총 1125가구에 이르는 대단지다. 전용 59㎡는 작년 말 6억5000만~7억4000만원 수준이었지만, 올해 들어 8억원 선까지 뛰었다. 최근 매도 호가는 7억6000만~8억8000만원 수준이다.
노원구 상계동 은빛아파트 전용 50㎡도 지난달 경매 시장에서 감정가(4억원)보다 3000만원 높은 4억3000만원에 팔렸다. 매수 희망자가 6명이나 입찰에 나섰다. 낙찰가율은 107% 수준이었다. 감정가가 39억원에 이르는 고가 물건인 용산구 서빙고동 신동아아파트 전용 180㎡는 이달 초 경매 시장에 나오자마자 팔렸다. 1차 매각일에 매수인은 감정가의 112%인 43억6800여만원을 써냈다. 1984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50층짜리 고층 아파트로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수도권 매수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저가 매수 기회를 찾는 투자자로 인해 경매 시장만 나홀로 북적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매도 호가보다 경매 시장의 감정가가 더 낮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어서다. 경매 시장에서 매도 기준가로 삼는 감정가는 통상 6개월~1년 전 가격이다.
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경매연구소장은 “아파트는 상가, 지식산업센터 등 다른 부동산에 비해 안정적 투자처로 여겨진다”며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는 투자뿐 아니라 실거주도 가능한 만큼 입찰 열기가 뜨거운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반 매매시장과 마찬가지로 경매 시장도 주거 상품에 대해 동일한 대출 규제를 받기 때문에 자금 조달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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