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의료 전달 체계를 정상화하고 필수·지방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한 조치다. 그동안 대학병원은 최상급 진료기관이란 위상에 걸맞지 않게 경증 환자까지 떠맡는 경우가 많았다. 중증 환자만 받아서는 병원 운영이 어렵기 때문에 병상을 확대하고 진료량 늘리기에 매달린 것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이를 바로잡는 것으로 맞는 방향이다.
문제는 돈이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에 3년간 연 3조3000억원씩 총 10조원가량을 건강보험 재정에서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필수·지방의료에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의 건보 재정을 투입하고 의대 증원에 따른 교수 채용과 교육시설 투자, 전공의 지원 등에 5년간 10조원의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한 것과 별개다. 지금까지 의료개혁에 쏟아붓기로 한 돈만 5년간 30조원이 넘는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이번 조치를 발표하면서 국민 부담을 늘리지 않겠다고 했다. 건강보험료도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2년 연속 동결했다. 하지만 정부 재정 사정은 악화하고 있고 건보 재정도 썩 좋은 상황이 아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건보 재정은 지난해 1조3000억원 흑자를 기록했지만 올해부터 적자 기조로 전환하고 2028년에는 그동안 쌓아둔 기금마저 고갈된다. 건보료를 올리거나 불요불급한 부분에서 건보료 지출을 줄이지 않으면 의료개혁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정부도 달콤한 말만 늘어놓기보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알리고 국민들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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