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는 매년 9월 마지막 주에 클라이밋 위크(Climate Week)라는 행사가 열린다. 세계 최대 규모의 기후 행사로, 기후 관련 오피니언 리더뿐 아니라 찰스 3세나 다수의 할리우드 스타 등이 참여해 기후 행동을 촉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클라이밋 위크에서 논의되는 주제는 통상적으로 이듬해 기후 금융에서 중요한 의제를 차지하면서 사업 기회로 작용한다. 올해 열린 행사는 ‘It’s Time’을 캐치프레이즈로 선정해 핵심 화두로 기후 위기의 시급성과 에너지 전환, 물 안보 그리고 기후변화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의되었다
여러 주제 중 기후 위기의 시급성과 에너지 전환이 눈에 띄었다.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이 설득력을 얻는 동향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집중함으로써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접근이지만, 이번 행사는 화석연료 퇴출의 불가피성이 강조됐다. 즉 지구온난화 1.5℃ 목표 달성(산업혁명 당시 대비 기온 상승을 1.5℃ 이내로 제한하겠다는 목표)이 이미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으며, 최근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이 화석연료 에너지 사용 비용보다 저렴하다는 점을 들어 화석연료 시스템을 점진적으로 폐쇄해야 한다는 것이다.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각국 정부에 석탄발전소 폐쇄 시한이나 석유·가스 채굴 중단 기한 같은 구체적 일정을 수립하라고 촉구했으며, 새로운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대한 허가를 중단할 것을 주장했다. 화석연료 보조금도 단계적으로 폐지하라고 권고했다.
화석연료 사용 폐지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각국 정부와 금융사 중 발 빠른 곳은 이미 화석연료에 기반한 자산이나 사업에 대응하고 있다. 기업의 ESG를 고려해 투자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이라면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독일과 영국 정부는 전력 사용량이 빠르게 상승할 것이 예견되는 상황임에도 석탄화력발전소를 퇴출했으며, 불가피하게 유치해야 할 복합 화력 가스발전소에 대해서도 수소연료로 전환할 준비가 된 곳에 한해서만 보조금을 집행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또 기업에 자금을 대출해주는 은행권 금융사들은 화석연료 기반 자산을 보유하거나 관련 비즈니스모델을 지닌 기업에 높은 금리를 제시하면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기 시작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전략에서 선두권에 있다고 평가받는 네덜란드 ING은행은 좌초 자산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화석연료 기업에 대한 신규 대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미 대출해준 기업에 대해서는 대출금을 단계적으로 회수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주식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화석연료 기업은 각국 정부와 금융사의 움직임이 투자수익률 측면의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화석연료 자산을 보유한 기업의 보조금을 줄이거나 대출금리를 높여 사업비용 구조가 악화되는 것에 대해 많은 투자자가 간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클라이밋 위크를 보면 어느 때보다 기후 위기의 시급성이 중요해지는 한편, 정부와 기업 리더의 구체적 행동이 요구된다. 내가 투자한 자산이 좌초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준섭 KB증권 ESG리서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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