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이 신용평가 등급이 회복돼 SOC(사회간접자본) 등 새로운 공사 일감을 따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자본잠식 리스크도 해소해 조만간 주식거래도 재개할 수 있을 전망이다. 워크아웃(기업구조조정 개선) 조기 졸업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는 평가다.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최근 복수의 신용평가사로부터 기업신용평가 등급 상향 판정을 받았다. 한 신평사는 BBB-등급을, 다른 신평사는 BBB0를 줬다. 원래 AA였던 신용 등급이 워크아웃 이후 CCC로 수직 낙하했다가 이번에 회복한 것이다.
공공 발주 프로젝트의 입찰 요건(신용평가 B등급 이상)을 충족하게 된 만큼 관급공사를 수주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민간 일감 확보도 가능해졌다. 민간 프로젝트에선 별도의 신용등급 조건이 없긴 하지만, 신용 상태가 나쁜 기업엔 일감을 맡기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태영건설은 올해 워크아웃을 밟는 동안에도 서산영덕고속도로 대산~당진 간 3공구 건설공사, 춘천 공공하수처리시설 이전·현대화 사업 등을 수주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과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프로젝트의 협상을 마무리한 것에 불과하다. 태영건설은 토목과 SOC 등에 강점이 있는 만큼 적극적인 수주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태영건설은 상장폐지 위기에 빠진 지 9개월 만에 주식거래 재개의 발판도 마련했다. 태영건설은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대한 재감사를 통해 ‘적정’ 의견을 받았다고 지난 27일 공시했다. 작년 말 태영건설은 연결 기준 마이너스 5617억원의 자본총계를 기록하며 자본잠식에 빠졌다. 지난해 사업연도 재무제표 감사에서 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며 주식거래가 정지됐다.
태영건설은 기업개선계획에 따라 출자전환과 영구채 발행에 나섰고 올해 상반기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했다. 이를 바탕으로 2023년 재무제표에 대한 재감사를 진행해 이번에 ‘적정’ 의견을 받은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조만간 상장폐지실질심사위원회를 열어 태영건설의 주식거래 적격 여부를 올해 안에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수주와 영업 활동 등에 있어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다.
공시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상반기 말 별도 기준 자산총계와 부채총계는 각각 2조7556억원, 2조3508억원이었다. 감사 전에 비해 각각 6285억원, 6677억원 줄었다. 태영건설 측은 “기존의 자산손상에 해당하는 충당부채를 실제 자산계정의 손상으로 대체하면서 자산과 부채가 동시에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6일에는 최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이던 서울 마곡지구 원그로브(CP4)를 성공적으로 준공했다. 최대주주인 TY홀딩스는 최근 알짜 계열사인 에코비트를 매각했다. 태영건설은 서울 여의도 사옥과 루나엑스 골프장 등 주요 자산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광명역세권 프라임오피스, 테이크 호텔 등 보유자산 매각 논의도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태영건설의 경영 정상화 작업이 순항 중”이라고 평가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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