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효과는 있었던 모양이다.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에 이어 2위에 그친 그는 의원들의 표가 좌우하는 결선에서 짜릿한 뒤집기에 성공했다. 자민당이 야당 시절이던 2012년 총재 선거와 정반대다. 당시 1차 투표를 1위로 통과한 이시바는 결선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에게 역전패당했다. 이후 당 간사장이 돼 정권 탈환에도 성공했지만 아베와는 당내 대척점에 설 정도로 멀어졌다. 4년 전 총재 선거에서도 패배한 이시바는 “자민당에 진짜 위기가 오지 않는 한, 이제 내가 나설 차례는 없다”고 되뇌었다. 지지하던 의원들마저 하나둘 그의 곁을 떠났다. 하지만 비자금 스캔들로 당이 흔들리고 당내 파벌들이 해산하자 마지막 기회가 찾아왔고 그는 결국 4전5기에 성공했다.
이시바 역시 일본 정치권에서 흔한 세습 정치인이지만 쉽게 재단하기 어려운 복합적 캐릭터다. 과거사 문제에는 전향적이지만 평화 헌법은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시아판 나토’ 창설과 미·일의 대등한 지위를 위해 자위대의 괌 주둔까지 주장한다. 당내 자기 세력이 별로 없어 정치든 경제든 기시다 후미오 현 총리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여당 내 야당’으로 버텨 온 내공이 변화의 기대를 높인다. ‘공기를 읽지 못 한다’는 점도 약점인 것만은 아니다. 자기 생각과 달라도 대세를 추종하는 일본인의 성향이 때론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낳는지 잘 아는 우리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김정태 논설위원 in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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