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규칙은 복잡하고 방대하다. 200쪽에 달하는 분량에 4년마다 주기적으로 바뀐다. 현행 규칙은 2023년 개정된 것이다. 분기별로 부분 개정이 이뤄지기도 한다. 그때는 맞았는데, 오늘은 틀리는 일이 비일비재한 이유다.
구제받을 때 볼을 드롭하는 절차는 가장 많이 바뀐 규칙 중 하나다. 볼 드롭은 1754년 ‘물에 빠진 볼을 최소 6야드 뒤로 던진다’는 내용으로 처음 등장했다. 이후 볼을 머리 위로 던지라든가(1776년), 홀을 쳐다보면서 머리 뒤로(1812년), 어깨 너머로(1825년) 볼을 던지는 것으로 바뀌었다. 영국 전역에 적용된 최초의 단일 규칙(1899년)에서 홀을 향해 똑바로 선 뒤 후방선상 머리 높이에서 볼을 드롭하도록 개정된 이후 어깨높이에서 팔을 쭉 뻗는 것(1984년)에서 2019년 무릎 높이에서 드롭하도록 개정됐다.
2023년에는 후방선 구제의 볼 드롭 방법이 부분적으로 바뀌었다. 후방선을 중심으로 좌우 1클럽 길이의 구제 구역을 설정하고 볼을 드롭하는 방식에서 후방선 위에 볼을 드롭하도록 했다.
세계랭킹 3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올 시즌 미국프로골프(PGA)투어를 AT&T 페블비치 프로암대회로 시작했다. 1라운드가 열린 스파이글래스힐GC 7번홀은 왼쪽에 무성한 러프와 숲이 위협적으로 조성돼 있다. 매킬로이의 티샷은 왼쪽 러프 속으로 깊숙이 날아갔다. 그는 언플레이어블 볼 구제(1벌타)를 받고 후방선 위에 서서 한 클럽 길이 이내 오른쪽에 볼을 드롭했다. 보기로 홀 아웃했지만 최종 스코어는 트리플보기로 기록됐다. 후방선 드롭 방법을 위반해 추가 2벌타를 받았다.
2022년까지는 매킬로이의 드롭 방법이 맞았다. 하지만 2023년부터 볼은 반드시 후방선 위에 드롭해야 한다. 이전 방식대로 좌우 한 클럽 길이 이내에 볼을 드롭하고 치면 잘못된 장소에서의 플레이(2벌타)가 된다. 매킬로이는 이 충격의 여파로 페블비치에서 열린 2, 3라운드에서 난조를 이어갔고, 80명 중 66위로 대회를 마쳤다.
최진하 전 KLPGA 경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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