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법안의 골자는 AI가 인적·물적 피해를 일으킬 경우 개발사가 책임을 부과하는 것이었다. AI 기술을 대중에게 공개하기 전 안전성 시험을 의무화하고, 제3자 감사 인력이 반드시 AI 개발사의 안전 관행을 평가하도록 규정했다. 또 AI 모델에 ‘킬 스위치’(kill switch·비상정지)를 설치하고 AI 문제를 고발하려는 직원에 대한 내부 고발자 보호 조치도 마련하도록 했다. 구글·메타·마이크로소프트(MS)가 이 법에 대해 “안전을 명목으로 모호한 기준을 부과한다”는 우려를 표했고,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매우 나쁜 규제”라고 비판하는 등 테크업계의 강력 반발에 부딪혀왔다.
AI 규제법에 뉴섬 주지사가 거부권을 행사한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뉴섬 주지사는 페이페이 리 스탠포드대 교수 등 AI 전문가들과 협력해 새로운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그동안 뉴섬 주지사가 법안에 최종 서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뉴섬 주지사는 취임 후 딥페이크 규제법을 비롯해 선거 관련 콘텐츠가 AI로 생성한 콘텐츠를 포함하는 경우 플랫폼 업체가 이를 표기할 것을 의무화하는 법 등 17개의 AI 규제 관련법에 서명했다.
특히 이번 법안은 앞서 하원의 77.5%를 차지하는 민주당의 강력한 지지로 주의회를 통과됐다.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 소속 스콧 위너 캘리포니아 상원의원은 “대중의 안전 및 복지에 영향을 미치는 빅테크에 대한 감시 역할을 믿는 모든 이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준 것”이라고 뉴섬 주지사를 강력 비판했다. 이어 “업계의 자발적인 약속은 강제력이 없고 대중을 위해 잘 작동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덧붙였다.
실제 뉴섬 주지사는 이날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에는 서명했다. 두뇌와 말초 신경계에 의해 생성되는 신경 데이터를 생체 인식 정보인 얼굴 이미지, 유전자, 지문 등 ‘민감 데이터’와 동일하게 보호받도록 하는 법이다. 방대한 뇌 신경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 중인 메타·애플 등 빅테크는 자신들의 대표 이익단체 ‘테크넷’을 통해 “이 법은 인간 행동에 대해 기록하는 거의 모든 기술을 규제한다”며 반발해왔다. 하지만 이 법은 미국 전역에서 치열한 논쟁을 불러온 AI 규제법보다는 테크 업계의 반발 수위가 낮았다. 그만큼 뉴섬 주지사의 정치적인 부담도 적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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