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을 두고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 간 분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ESG경제연구소는 지난 27일 서울 강남 캔버스랩에서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주제로 전문가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고 30일 밝혔다.
김광기 ESG경제연구소 대표는 "이번 딜이 국내 자본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개매수인데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우량기업의 경영권 확보를 목표로 한 것이어서 우리 경제의 중대 현안으로 떠올랐다"며, "한국경제와 자본시장 역사에 큰 획을 긋는 사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예측할 필요가 있다"고 좌담회 개최 취지를 밝혔다.
유효상 유니콘경제경영연구원장은 "고려아연은 비철금속 분야에서 세계 1위이자 98분기 연속 흑자를 낸 국가 대표 기업"이라며 "사모펀드를 통해 자칫 외국 기업의 손에 넘어갈 경우 고려아연에 원료 소재를 의존하는 수많은 국내 기업들이 공급망 확보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세계 1위 첨단 기술들이 외국에 넘어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원장은 "경영진과 사전 논의 없이, 의사에 반해서 시도했다는 점에서 '적대적 M&A'가 맞다"며 "영풍은 이번 시도가 고려아연의 경영권 강화 차원이라고 주장하지만, 결국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경영권을 넘겨주는 특이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결국 공개매수 결과 경영권을 갖게 되는 것은 경영을 실질적으로 책임지게 되는 경영자(전략적 투자자, SI)가 아니라 전주(재무적 투자자, FI)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라는 것이다.
이어 "해당 사모펀드는 고려아연을 인수해도 외국 기업에 매각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자기 수익을 위해 만약 고려아연이 보유하는 기술과 자산 등을 투자수익 환수를 위해 쪼개 팔면 국가적인 성장 동력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이번 사태는 우리에게 '국가 핵심산업에 대한 적대적 M&A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느냐'는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면서 "이번 공개매수가 성공한다면 사모펀드들의 우량 상장기업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가 앞으로 계속 일어날텐데, 이러한 트렌드가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강신형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는 "(적대적 M&A 등으로)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밖에 없다"며 "기업은 이사회 중심 경영을 통해 주주뿐 아니라 직원, 협력업체,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 전체의 공동 선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정부도 이러한 ESG 기본 철학에 입각해 자본시장이 기능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주 구성에서 연기금 비중이 높으면 장기 성과 비중이 높다는 학계의 연구를 소개하며,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국민연금이 중립을 지키는 것은 자체 규정 일지 모르나 아쉬운 대목이라고 부연했다.
강 교수는 "결국 중요한 것은 장기적으로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높이는 것인데, 이런 성장에 더 관심이 많고 적합한 리더가 고려아연의 현 경영진인가, 아니면 공개매수에 나선 쪽인가를 (고려아연 주주들은) 잘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호준 디토이에스지(DitoESG) 대표는 "국민연금을 위시한 일반 주주들에게 어필하려면 재무적차원뿐 아니라 기업 가치에 대한 강력한 비전과 거버넌스 선진화, 적극적인 주주 소통 등 ESG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광기 대표는 "무엇보다 이사회 중심의 경영, 특히 기관투자자들이 사외이사를 적극 추천할 수 있는 제도와 관행이 만들어지기 바란다"며 "국민연금이 국내 우량기업들의 주식을 10%가량 보유하는데, 이사회 구성에는 전혀 참여하고 있지 않다. 국민연금의 거버넌스도 개선하며 여타 기관투자자들과 연대 협력해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제도 도입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고려아연은 세계 1위 비철금속 기업으로 장병희·최기호 영풍 공동 창업주가 세운 회사다. 장씨 일가는 영풍그룹과 전자계열사를, 최씨 일가는 고려아연을 각각 경영하며 75년간 동업관계를 이어왔다.
지난 13일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이 사모펀드 운용사(PEF)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지분 6.98%~14.61%를 공개매수한다고 밝히며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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