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을 넘어서지 못하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확정기여(DC)형에서부터 예금 등의 원리금 보장 상품을 전부 없앨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최종진 미래에셋증권 연금본부장(사진)은 최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퇴직연금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강한 정책을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그동안의 정책은 현재의 자산을 노후로 넘기는 것에 초점을 뒀다면, 이제는 넘긴 자산의 가치를 키우는 것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디폴트옵션 도입 초기 논의에서는 원리금 보장 상품이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은행권을 중심으로 소비자 선택권 제약 등의 문제가 제기되면서 원리금 보장 상품이 포함된 것이다. 문제는 현재 가입자의 90%가 은행 예금과 같은 원리금 보장 상품에 가입해 제도의 본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DC형에서부터 점진적으로 원리금 보장 상품을 없앨 필요가 있다는 게 최 본부장의 주장이다. 그는 "확정급여(DB)형과 달리 DC형은 해마다 계좌로 돈이 들어오는 구조이기 때문에, 시장이 하락해도 오히려 주식을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DC형에서는 일정한 현금 흐름이 보장되는 만큼, 시장 변동성을 오히려 수익률을 높이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적 배당 상품 위주로 구성해도 안정적으로 연금을 운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미국·영국·호주 등 대부분의 연금 선진국들도 디폴트옵션에서 원리금 보장 상품을 제외했음에도 안정적으로 연금을 운용하고 있다고 최 본부장은 강조했다. 다만 원리금 보장 상품을 없애려면 퇴직급여법을 개정해야 하는 만큼, 단기간 내 현실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고민거리다.
최 본부장은 디폴트옵션에 원리금 보장 상품을 포함한 국가는 우리나라와 일본이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최 본부장은 "퇴직연금 시장이 원리금 보장 상품 위주로 정착하는 게 아니라 자본시장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줘야 한다"며 "미국·영국·호주 등 모든 연금 선진국들이 그렇게 정책을 만들었고, 원리금 보장 상품을 포함한 일본에서조차 연금이 자본시장으로 들어올 수 있게 조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혹자는 민간과 공적기관이 함께 경쟁하는 연금시장으로 스웨덴을 언급한다"며 "하지만 스웨덴은 오히려 공적연금의 실패로 민간금융이 수혈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미국·호주 등 연금 선진국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것처럼 원리금 보장 상품 비중이 낮다는 점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며 "모든 제도에서 한 번에 추진하기보다 점진적으로 진행하면 시장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미래에셋증권은 글로벌 자산 배분이란 강점으로 가입자들의 높은 호응을 이끌어냈다고 최 본부장은 피력했다. 퇴직연금 자산관리 컨설팅을 제공하고 편의성 높은 모바일 인프라를 구축하면서다. 이에 힘입어 미래에셋증권의 포트폴리오 서비스 규모는 지난 2분기 말 기준 2조3750억원으로 2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이중 MP(Miraeasset Portfolio)구독 서비스를 통해 자문받는 고객의 적립금은 8633억원,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는 1조5121억원을 기록했다.
최 본부장은 "원리금 보장 상품이 줄어들면 고객들로서는 불안해 할 수 있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 글로벌 자산 배분을 통한 리스크 회피(헤지)"라고 말했다.
이어 "(미래에셋증권은) 글로벌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를 메시지로 전달받아 간편하게 매수할 수 있도록 돕는 MP구독과 로보어드바이저 포트폴리오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며 "고객들이 포트폴리오를 편입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시장 상황에 따라 리밸런싱(자산 재분배)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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