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교통사고까지 일으키더니…'타요 버스' 회사 '대반전'

입력 2024-09-30 15:35   수정 2024-10-02 10:23

이 기사는 09월 30일 15:3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서울 시내버스 회사 동아운수는 서울 북부권에 사는 시민들을 서울 시내 주요 거점과 연결해주는 11개 버스 노선을 운영한다. 강북구 우이동과 수유동에서 출발해 광화문, 용산, 성수를 잇는 역할을 맡는다. 아이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꼬마버스 타요 랩핑을 2014년 처음 제안해 시민들에게 이름을 각인시켰다.
직원 찍어내고 이사 등재해 월급 타먹던 ‘버스 사주 일가’
1964년 12월 설립된 동아운수는 2세 경영 이후 내부적으로 곪고 있었다. 특히 노사 갈등이 심했다. 창업주 고(故) 임동철 회장의 뒤를 이어 임씨 형제가 버스 회사를 운영했는데, 운전사원들과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2019년엔 사주 일가가 특정 운전 기사를 해고하기 위해 가짜 교통사고를 일으켜 적발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임씨 일가는 가족들을 회사 임원으로 올려놓고 월급을 타갔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사주 일가가 회장, 대표이사, 사내이사를 맡았다. 이들 인건비만 매해 6억~8억원이 빠져나갔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노선도 운영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가 세금을 투입하는 준공영제를 악용해 방만하게 경영한 셈이다. 사주 일가는 자신들이 보유한 F&B(식음료) 회사를 통해 운전사원들의 급식용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회삿돈 빼먹기를 일삼기도 했다.
빼먹는 돈 잡아냈더니…적자회사를 흑자 ‘탈바꿈’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동아운수를 인수한 건 2020년이다. 차파트너스는 업무상 도움이 되지 않는 임원들부터 정리하기 시작했다. 운수 사업에 경력이 많은 운영진들을 투입해 노사 관계 개선부터 나섰다. 전 경영진들과 갈등을 빚었던 직원들이 이른바 ‘상소문’을 쏟아냈고 건의 사항을 적극 수용해 사내 문화를 바꿔나갔다. 과거 서울시 시내버스회사 평가에서 50위에 불과했던 회사를 인수 직후인 2021년 8위로 높였다.

빼먹는 돈을 잡아냈더니 재무구조도 크게 달라졌다. 적자 회사였던 동아운수는 흑자로 돌아섰다. 인수되던 해인 2020년 영업손실 8억4000만원에서 지난해 37억4000만원으로 개선됐다. 영업을 통한 현금 창출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020년 23억원에서 지난해 62억원으로 3년만에 162% 뛰었다.
특수관계 임원 군살 빼 고용 102명 확대…‘규모의 경제’ 이룩
차파트너스는 2019년 설립된 운송 인프라 특화 투자 운용사다. 업무와 관련 없는 사주 일가의 이른바 ‘특수관계인’을 정리해나가는 게 차파트너스의 핵심 밸류업 비결로 꼽힌다. 인수 전 임원은 27명이었으나 인수 이후 13명으로 반토막 냈다. 운전직, 정비직 등 직원 고용은 오히려 늘었다. 직원수는 인수 전 1568명에서 1670명으로 102명 늘어나는 효과를 냈다.

이를 통한 인수 전후 실적 개선 효과가 상당했다. 차파트너스가 인수한 회사들의 인수 전년도 합산 EBITDA는 266억원에서 인수 당해년도 312억원, 인수 다음해 354억원으로 크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배당으로 가져가는 금액도 사주가 있는 운수업체들에 비해 낮았다. 차파트너스 운수업체의 버스 한 대당 배당금은 2021~2023년 연평균 1007만원으로 2위 운수업체인 흥안운수(연 4305만원)의 23%에 불과했다.

운수업체 16개사로 1500대의 버스를 운영하는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협상력을 극대화한단 점도 한몫했다. 부품을 교체하거나 차량 구매 시점에 할부를 받을 때 운수사에 더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을 이끌어나갔다. 한 캐피털사는 ‘차파트너스용 할부 상품’을 새로 만들어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줬다. 지난해 현대차에서 벌어진 출고 지연 대란 때도 차파트너스 운수사들은 협상력을 기반으로 적기에 차량을 출고해 결행 없이 운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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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로 차고지 효율화…대형화 해 최적 노선 운영
성과가 가장 뚜렷했던 운수업체는 성원여객이다. 2022년 기준 서울시 시내버스 평가에서 전체 65개사 중 62위를 기록하는 등 인수 이전까지만 해도 만성적으로 하위권에 머무르던 성원여객은 운영 모델이 사실상 부재했다. 차파트너스는 먼저 도원교통과 합병을 통해 대형화에 방점을 뒀다. 대형화를 해야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해져서다. 상위권에 해당하는 도원교통은 지난해 7월 성원여객을 인수한 직후인 같은해 11월 서울시에서 처음으로 운수업체 합병을 진행했다. 이후 도원교통과 성원여객은 차고지를 일원화해 노선 운영을 효율적으로 최적화했다.

운수업체 대형화는 서울시가 추구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운영 효율성을 증진시키기 위해 준공영제 산업의 대형화를 장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22년 준공영제 시내버스 평가매뉴얼상 인수합병 가점을 신설했다.
차파트너스, 경영 분쟁 종식…버스 포트폴리오 매각
차파트너스는 오는 11월 버스 업체 포트폴리오 입찰에 나설 계획이다. 매각 대상은 차파트너스가 4개 펀드로 운영하고 있는 서울·인천·대전 지역 운수업체들이다. 준공영제 시장 내 점유율은 10% 남짓이다. 매각 적정가는 4000억~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차파트너스는 이번 버스 포트폴리오 매각과 함께 재도약 원년으로 삼을 예정이다. 차파트너스는 차 대표 등 맥쿼리 출신 인사들이 모여 세운 사모펀드다. 2022년쯤 파트너간 갈등이 벌어졌었다. 최근 차종현 대표가 갈등을 봉합하고 단독 대포이사에 올랐다. 차 대표는 차파트너스 지분율도 종전 39%에서 80%로 끌어올렸다.

버스 매각 이후 차파트너스는 새로운 섹터 발굴에 나설 계획이다. 행동주의 펀드에 관심이 많은 차 대표는 여러 방향으로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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