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尹과 '동반 하락'…지지율 최저에도 '무반응' 왜 [정치 인사이드]

입력 2024-10-01 08:08   수정 2024-10-01 08:13


국민의힘 지지율이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과 함께 '저공비행' 모드에 들어갔습니다. 윤 대통령의 임기가 절반이나 남았음에도 당정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당에서는 별다른 위기감을 느끼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은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4월 셋째 주부터 9월 넷째 주까지 자동응답 방식으로 이뤄진 리얼미터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지난 8월 둘째 주까지 민주당과 '접전'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그러다 8월 셋째 주부터 점차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9월 넷째 주에는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인 29.9%를 기록했습니다.

한국갤럽의 전화 면접 조사에서도 추이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두 정당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8월 마지막 주를 기점으로 추세가 바뀌어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밀리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처럼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국민의힘 전당대회(7월 3~4주차) 조사를 고점으로, 윤 대통령 지지율과 함께 하락하는 추세입니다.

지난 7·23 전당대회 때 한동훈 대표 당선으로 한동안 유지되던 컨벤션 효과가 사라지고 당정갈등이 부각된 탓으로 보입니다. 특히 최근 있었던 윤 대통령과 지도부의 '빈손' 만찬과 독대 논란이 국민 피로감을 자극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내 탓은 아냐'…與, 역대 최저 지지율에 '무플'인 까닭
그러나 정작 당내에서는 하락하는 정당 지지율에 별다른 관심을 쏟지는 않는 모습입니다. 당내 반응은 사실상 '무플'에 가깝습니다. 이런 배경은 무엇일까요?

첫째로는, 당에서는 당 지지율 하락의 일차적인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다고 분석한다는 점이 꼽힙니다. 정당 지지율이 최저치를 기록한 것과 관련, 당내에서는 당의 문제라기보다는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따른 결과라고 해석하는 반응이 더 많습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당 지지율보다는 대통령 지지율에 대체로 더 관심이 크다"면서 "당 지지율이 빠진 것도 문제지만, 대통령 지지율이 빠졌기 때문에 같이 하락했다는 생각들을 하는 것 같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둘째로는, '당정갈등'의 두 축인 친윤계와 친한계에 뚜렷한 구심점이 없다는 점이 꼽힙니다.

현재 국민의힘 내에서 '친한계'로 분류되는 이들은 대략 20명, '친윤계'로 불리는 이들은 약 40명가량입니다. 그러나 이들 중 계파를 나서서 이끄는 '구심점'이나 큰 목소리를 내는 '행동대장'은 사실상 없는 상태입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당정 갈등의 두 축이 소위 말하는 친윤계와 친한계인데, 지금으로서는 양쪽 모두 뚜렷한 구심점이 없는 상황"이라며 "당정 갈등이 지속되는 현 상황을 책임질 사람도 사실상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의원들은 당장 본인의 선거가 없다 보니 수수방관하고 있고, 지도부는 발버둥 치지만 그게 제대로 진행이 안 되는 것 같다"며 "이러나저러나 국민의힘은 대통령실과 운명공동체인데, 국민들이 볼 때 양쪽 다 답답한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정당 지지율 하락은 심각한 시그널"
그러나 추락하는 당의 지지율은 명백한 위기의 신호라는 지적입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디커플링' 현상이 끝난 당정 지지율에 대해 "비교적 가볍게 움직이는 대통령 지지율에 비해 정당 지지율은 둔감하게 움직인다"며 "그게 떨어지기 시작한다는 건 심각한 시그널로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 역시 "여당은 숙명적으로 대통령을 뒷받침해야 하는 한계를 안고 있지만, 그렇다고 면죄부를 받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지금까지 대통령 지지율과 당 지지율이 디커플링 됐던 것을 보면, 정당 지지율을 높게 유지한 요인이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엄 소장은 "한동훈 대표 리더십에 대판 평가가 악화했다"면서 "한 대표가 '의대 증원' 문제가 아니라, 당 대표가 될 때 약속했던 '채상병 특검법' 이슈를 계속 밀고 나갔다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오히려 높아졌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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