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증권가에선 최근 조선주 주가를 끌어내린 철강재 가격 우려가 과도하다는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돈 될 만한 선박을 골라서 수주하는 상황에서 철강재 값이 올라도 이를 선가에 전가할 여력이 충분하고, 이미 비싼 값에 후판(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을 공급받고 있기 때문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 주가는 지난달 27일 전날보다 7.29% 급락한 데 이어 다음 거래일인 30일 1.73% 상승한 18만7700원을 기록했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경우 지난달 27일 각각 6.66%, 5.99% 하락했고 30일에는 0.6%, 0.81% 회복했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지난달 27일 급락한 후 30일 삼성중공업은 추가로 약세를 이어갔고, 한화오션은 보합으로 거래를 마쳤다.
조선주 주가가 충격을 받은 이유는 철강재 가격 상승 조짐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우려다. 그동안은 경기 침체기를 거친 중국 철강업체들이 남아도는 철강재를 밀어내기식으로 수출하면서 글로벌 철강재 가격이 바닥을 기고 있었다. 하지만 현대제철이 중국산 후판에 대해 반덤핑 제소를 해 중국산 후판 가격에 관세가 붙을 가능성이 생겼다. 이에 더해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 의지로 철강재 가격 자체도 꿈틀거리고 있다.
2년 전 조선주를 보유했던 투자자라면 ‘철강재 가격 상승’이라는 말에 트라우마를 가질 법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철강재 매입 비용 부담으로 적자를 이어간 경험이 있어서다. 당시 재화를 실어 나를 선박이 부족한 데 따른 선박 발주 시장 호황이 펼쳐지면서 조선사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컸던 상황이라 충격이 더 컸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번엔 다르다"는 전문가 분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의 근거로는 우선 2년 전과 비교해 수주 잔고의 질이 다르다는 점이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선가는 사상 최고치 부근에서 고공행진하고 있고, 조선사들의 수주잔고는 2027년치까지 꽉 차 있다. 당장 선박 수주가 급하지 않기 때문에 후판 가격이 오르더라도 충분히 선가에 전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22년 당시 조선사의 수주잔고는 저가로 수주한 프로젝트들로 구성돼 있었다. 팬데믹 직후에 배가 부족한 선사들도 빨리 배를 받아야 했지만, 일감이 부족해 도크(선박 건조 공간)를 놀려야 하는 조선사들이 더 급한 상황이었다. 대규모 부지에 들어선 설비를 보유하고 몇만명의 인력을 고용한 조선사들은 선박을 짓지 않아도 천문학적인 고정비가 발생한다. 2021년 수주 호황기에는 원가에 못 미치더라도 일단 일감부터 채워야 했다. 안 그래도 저가에 수주한 선박을 지어야 할 시기에 철강재 가격까지 치솟아 비용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밖에 없었다.
국내 조선사들이 후판을 공급받는 가격은 이미 시장 가격보다 높은 수준이기에, 당장의 시장 가격 상승이 큰 부담이 아닐 수 있다는 분석도 눈길을 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조선업계와 철강업계는 6개월 단위로 후판 공급 계약을 맺기에, 시장 가격이 공급 계약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있다”며 “현재 국내 조선사들이 조달하는 국산 후판 가격은 중국산은 물론 국내 스팟 가격 대비로도 크게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후판 조달 단가는 상승하기보다는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라고 강조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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