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이 서울 태평로에 둥지를 틀고 첫 신문을 발행한 1964년은 한국이 ‘수출 1억달러’를 달성한 해다. 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1962년)되고 불과 2년이 지난 시점이다. 가난의 탈출구는 수출뿐이라는 절박함에 모두가 간절하게 경제 발전을 갈망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액은 6326억달러. 한경이 탄생한 첫해와 비교해 6000배 넘게 불어났다.
30일 한경 창간 60주년 기념식의 시작과 끝을 장식한 ‘대한민국 경제의 60년 도약 역사’ 영상은 단기간에 ‘초일류 기술강국·수출강국·문화강국’으로 거듭난 기적의 성과를 감동적으로 그려내 참석자들에게 호평받았다.
시간 여행은 미국의 원조 물품을 받아가던 1960년대 한국인들의 모습에서 시작한다. 국민학생들이 배급 옥수수죽으로 끼니를 때우고, 가발공장과 봉제공장은 밤낮없이 일하는 여공들로 불이 꺼지지 않던 시절이다. 지긋지긋한 배고픔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열망은 강했지만 한국은 수출 시장에 당당하게 명함을 내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광부와 간호사는 낯선 나라로 파견돼 외화벌이 전선에 뛰어들었다.
한국 기술력 발전에 서서히 속도가 붙기 시작한 것은 10년 정도 지나서부터다. 경부고속도로 개통(1970년)은 산업화 열망이 거침없이 내달리는 기반이 됐다. 1973년 포항제철(현 포스코)의 첫 쇳물 생산, 1974년 현대중공업(현 HD현대중공업)의 첫 국산 유조선 애틀랜틱 배런호 인도, 1975년 현대자동차의 첫 국산 자동차 포니 생산 등은 기술 자립의 씨앗을 뿌린 상징적 장면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들은 영상에 등장한 1984년 사진에 뭉클해했다. 삼성전자 직원들이 상자에 담긴 첫 수출용 반도체 앞에서 고사를 지내는 모습이다.
이날 기념식에서 영상을 감상한 오피니언 리더들은 “척박하던 대한민국을 선진국 대열로 이끈 도전과 열정의 기업가정신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문시연 숙명여대 총장은 “대한민국 경제의 60년을 축약해 한눈에 볼 수 있게 한 기획은 한경만이 할 수 있는 시도”라고 했다. 정갑영 유니세프한국위원회 회장은 “지난 60년의 발전이 놀라우면서도 향후 60년 동안에도 이런 발전이 가능할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며 “엄중한 시기에 놓인 한국을 생각해 보게 됐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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