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인원이 단체로 러닝을 즐기는 이른바 '러닝크루'들이 한강공원, 학교 러닝트랙 등을 장악하면서 불편을 겪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급기야 기초 지방자치단체 등이 시민들의 빗발치는 민원으로 관내 운동장에서 일정 인원 이상의 단체 달리기를 금지하는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다.
서초구는 반포2동 반포종합운동장 내에서 5인 이상 단체달리기를 제한하는 내용의 이용규칙을 만들어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곳은 한 바퀴에 400m 남짓한 레인 5개가 마련돼 있어 평소 서울 강남권에서 주로 활동하는 러닝크루들로부터 인기를 끌던 곳이었다.
하지만 러닝크루들의 과도한 소음, 매너를 벗어난 사진찍기 등으로 이곳을 많이 이용하는 주변 반포래미안퍼스티지, 서래마을 등의 입주민으로부터 민원이 빗발쳤다. 이에 따라 서초구는 트랙 내 달리기 인원 간 이격거리를 2m 이상으로 규정하고 5인 이상 단체의 러닝은 금지하는 내용의 규칙을 만들어 시행에 들어가게 됐다.
러닝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이런 조치에 관해 "과도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지만, 서초구와 인근 주민들은 "참을 만큼 참았다. 과한 것은 몰지각한 러닝크루들"이라며 받아치는 분위기다. 서초구는 러닝크루들의 '비(非)매너' 자제를 권고하는 현수막 부착, 주기적 안내방송, 사설 유료 강습 제재를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시행해봤지만, 근절에 어려움이 있어 이런 방안을 시행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러닝크루들의 과도한 달리기 자제를 요구하는 서울시내 주요 지자체들의 움직임은 갈수록 확산하는 추세다. 송파구, 성북구가 석촌호수 산책로 등지에 3인 이상 러닝크루 러닝 자제, 한 줄 뛰기 등의 문구가 새겨진 현수막을 내건 것을 비롯해 경기 화성시는 동탄 호수공원 산책로에 러닝크루 출입 자제를 권고했다.
수십명이 한꺼번에 달리는 이른바 러닝크루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달리기가 활성화하고 SNS를 통한 사진 공유가 활발해지면서 최근 1~2년 새 급격히 늘어났다. 문제는 이들이 좁은 도로를 점거하다시피 뛰면서 주변 사람들을 밀치거나 과도한 소음 및 불편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수십명이 사진을 찍겠다는 이유로 산책로를 아예 틀어 막아버리는 일도 잦다.
이에 따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차로에서 위험하게 주행하는 자전거 동호회와 더불어 비호감 동호회로 입지를 굳혀가는 추세다. 한 러닝 동호회 회원은 "청계천 등의 좁은 길에서 떼를 지어 뛰면서 산책 등을 즐기는 시민들에게 옆으로 비키라고 소리를 지르거나 휴대폰 후레시로 위협하는 사례가 많다"며 "취미로 러닝을 즐기는 대다수의 러너를 욕 먹이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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