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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증시가 최근 조정을 받았습니다.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쳐 온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 1일 취임한 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시바 총리가 일본 자유민주당 대표로 선출되고 난 뒤 첫 거래일이었던 지난달 30일 닛케이225지수가 4.80% 떨어졌고, 이후 소폭 등락하며 눈치 보기 장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규모의 추가 하락이 없었던 건 이시바 총리가 최근 들어서는 금리 인상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문가 다수는 여전히 "올 연말이 아니어도 최소한 내년에는 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매체 CNBC가 지난 2일 게재한 '일본은 이시바 총리의 비둘기파적 발언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상 사이클이 올 것으로 예상한다' 기사에 유지로 고토 노무라증권 연구원은 "엔화 약세, 미국 경기의 소프트 랜딩 등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BOJ가 연말에 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다"며 "그게 아니어도 내년에는 인상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렇듯 금리 인상 전망이 나오자 슬며시 오르는 종목이 있습니다. 일본 금융주입니다. 이 분야 종목은 최근 1주일간 시장 평균보다 좋은 흐름을 보였습니다.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은 지난달 30일(월)부터 이달 4일(금)까지 5.39% 올랐습니다. 스미토모미쓰이파이낸셜그룹(4.55%), 시즈오카파이낸셜그룹(3.54%),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2.0%), 리소나홀딩스(1.93%) 등도 같은 기간 닛케이225지수(-3.0%) 대비 양호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일본 증시의 은행주 78개를 담고 있는 TSE은행지수는 같은 기간 2.96% 상승했습니다.
금리 인상기에 수익성 개선되는 은행주
금리 인상 전망과 함께 은행주가 오르는 이유는 뭘까요. 은행주는 금리 인상기 때 실적이 개선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은행의 주요 사업은 예금 등을 유치한 뒤 이를 대출로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일입니다. 이때 은행이 예금 가입자 등에게 주는 '수신금리'는 은행의 비용이 되고, 돈을 대출해 간 사람이 은행에게 주는 '여신금리'는 은행의 수익이 됩니다.이 수신금리와 여신금리의 차이를 순이자마진(NIM)이라고 합니다. NIM은 은행 수익성을 좌우하는 핵심 지표입니다. 그런데 수신금리는 비교적 고정형이 많고, 여신금리는 비교적 변동형이 많습니다. 이 때문에 시장 금리가 오를 때 은행의 비용(수신금리)은 느리게 증가하지만, 은행의 수익(여신금리)은 빨리 증가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결국 금리가 오르는 동안에는 NIM이 확대돼 은행의 수익이 개선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결론적으로 일본 증시 투자자들이 "이시바 차기 총리가 취임 뒤 기준금리 인상, 재정지출 억제 등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은행주를 매수해 이들 종목 주가가 오른 겁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속도가 달라질 수는 있을지언정 이 분야 종목이 우상향하는 흐름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엔·달러 환율 탓에 인상 어렵다" 전망도
변수가 없는 건 아닙니다. 이시바 차기 총리와 BOJ가 뜻대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주요 변수 중 하나는 엔·달러 환율 급락으로 인한 '엔 캐리 트레이드' 또는 '엔 쇼트 페어 트레이드'의 청산입니다. '양병훈의 해외주식 꿀팁'이 지난달 14일 게재한 기사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아직 시작도 안 했다"'에서 이 내용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습니다. 요약하면 "BOJ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엔·달러 환율이 급락하면 외국인 투자자가 일본 주식 채권 등을 대규모로 팔아치울 수 있고, 이는 자산 가격 폭락을 야기할 수 있다"는 건데요. 이런 상황이 현실화하면 비난의 화살이 이시바 차기 총리에게 돌아갈 수 있겠죠. 실제로 엔·달러 환율은 이시바 차기 총리의 당선이 확정된 지난달 27일 1.80% 급락했습니다. 증시 전체가 폭락하는 상황이 오면 금융주도 떨어지지 않고 버티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지금과 같은 저금리 상황을 그대로 두는 것도 이시바 차기 총리 입장에서는 내키지 않는 선택입니다. 지난해 일본 물가상승률은 3.1%로 4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지난달 물가상승률도 전년 동기 대비 3.0%였습니다. 그러나 일본 근로자의 임금은 오르지 않아 지난해 실질 임금은 2.6% 하락했습니다. 월별로는 올 1월까지 22개월 연속 마이너스였습니다. 이렇듯 임금 상승률이 물가를 못 따라가면서 일본 유권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각박해지고 있습니다. 영국 BBC는 지난달 27일 '정치 자금 스캔들로 곤경에 처한 일본 여당이 차기 총리를 선출했다' 기사에서 "일본 유권자는 최근 약 반세기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치솟고 있는 식품 가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일본 근로자의 임금은 30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지만 최근 인플레이션이 닥치면서 정부가 이런 상황에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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