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년 전 대한제국의 외교무대, 美 국가사적지로 등재

입력 2024-10-01 14:33   수정 2024-10-01 14:39

대한제국의 외교적인 노력이 담겨 있는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이 미국의 국가사적지(NRHP)로 공식 등재된 것을 기념하는 동판 제막식이 30일(현지시간) 오전 워싱턴DC에서 진행됐다.
1887년 조선의 초대 주미 전권공사인 박정양이 미국에 특파된 후 1889년 2월부터 주미 공관으로 쓰였던 대한제국공사관 건물은 워싱턴DC의 19세기 외교 공관 중에서 원형을 간직한 유일한 건물이다. 지난 11일 미 국가사적지로 공식 지정됐다.

로건서클에 있는 옛 대한제국공사관(Old Korean Legation) 건물 앞에서 진행된 이날 제막식에는 조현동 주미대사와 찰스 샘스 미 국립공원청장 등이 참석했다. 조 대사는 “작년에 우리는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했지만, 사실 양국 외교관계는 142년 전인 1882년 한미수호통상조약 체결로 거슬러 올라간다”며 1889년 워싱턴DC에 한국 최초의 외교 공관 '재미국화성돈(워싱턴)조선공사관'이 개설된 배경을 소개했다.

이어 “140년 전에 외교관으로 일했던 선배들은 140년 뒤 한국이 미국의 가장 가깝고 없어서는 안 될 동맹국의 하나가 될 줄은 몰랐을 것”이라며 “오늘날에도 이 건물은 여전히 한국과 미국의 영원한 우정의 상징이자 양국 국민이 공유하는 가치를 대변하는 건물로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조 대사는 “한미동맹이 앞으로 140년 동안 더욱 굳건하고 강력하게 이어지길 기원한다”고 했다.



샘스 청장은 축사에서 “이 건물은 한미관계의 오랜 역사와 관련된 주요 사건을 목격해왔고, 방문객들이 그 역사에 대해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며 “대한제국공사관은 국가 사적지로 등재될 가치가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백악관에서 불과 1마일(약 1.6㎞) 거리에 있는 지하1층~지상3층 규모 공사관은 미국 해군 출신 정치가인 세스 L 펠프스가 1877년 지은 저택이었다. 1905년 을사늑약으로 일본이 대한제국(1897~1910년)의 외교권을 강탈하기 전까지 16년 동안 외교 무대로 이용됐다. 당시 일본이 한국을 강제로 병합한 후 이 건물을 5달러에 강제로 사들여 되팔았다.

1990년대 후반 재미 한인사회에서 건물을 되찾자는 운동이 벌어졌고, 2012년 국가유산청과 문화유산국민신탁이 현 소유주와의 협의 끝에 매입에 성공했다. 2015년 12월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이 건물의 원형 복원 공사를 시작해 2018년 5월부터 국민들에게 공개하기 시작했다. 미리 홈페이지를 통해 방문을 예약하면 내부를 살펴볼 수 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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