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도 전환 어렵고 금융사 압박…사면초가 몰린 '생활숙박시설'

입력 2024-10-01 17:41   수정 2024-10-02 01:28

오피스텔로의 용도 전환 애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만기 도래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생활숙박시설(레지던스) 사업이 이번엔 금융회사의 일방적 자금 동결로 좌초 위기에 놓였다. 금융회사가 사업비 집행에 쓰이는 ‘신탁 계좌’ 동결 카드를 내세워 계약자의 중도금 대출 이자 대납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업계에선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금융권의 이기심이 문제를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의 한 레지던스는 최근 사업비를 집행하는 계좌 네 개가 모두 정지됐다. 중도금 대출 은행이 시행사를 대상으로 레지던스 계약자 400여 명의 중도금 대출 원금과 이자, 연체 이자까지 모두 갚겠다는 확약서를 쓸 때까지 계좌를 동결했기 때문이다. 시행사뿐만 아니라 계좌 명의자인 신탁사도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 당장 자금 집행이 불가해진 가운데 시행사는 물론 신탁사로 유동성 위기의 불똥이 튀고 있다.

은행 측은 “계약자와 시행사 간 소송으로 중도금 대출 상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연대보증을 약속한 시행사가 원리금은 물론 연체 이자까지 완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행사와 신탁사는 “법적 근거 없는 계좌 동결은 부당하다”고 반박한다. 은행이 동결한 계좌가 법으로 보호받는 신탁 계좌이기 때문이다.

시행사 관계자는 “법적 절차 없이 은행이 임의로 사업비 계좌를 동결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은행의 일방적 조치에 PF 대출 연장까지 불발돼 피해가 크다”고 했다. 신탁사 관계자 역시 “해당 계좌는 신탁사나 분양 계약자와 관계가 없는 신탁자금 관리 계좌로, 신탁법상 압류와 보전이 금지돼 있다”며 “법적 근거가 없는 일방적 계좌 정지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방치 등으로 소송장으로 변질한 레지던스 시장에 금융권이 과도한 선제 조치를 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금융권에선 레지던스를 ‘위험 상품’으로 분류해 잔금 대출이 거의 불가능하다. 시행사와 건설사는 PF 대출이 막힌 상황에서 잔금 대출도 차단돼 분양대금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개발업계 관계자는 “계약자와 시행사 간 소송전이 길어질 것으로 보이자 은행권이 손실을 차단하기 위해 시행사를 압박하는 것”이라며 “다른 현장도 은행이 대출 회수를 추진하는 등 레지던스마다 자금난이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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