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부부들 "필리핀 가사관리사 대만족"

입력 2024-10-01 17:26   수정 2024-10-02 09:30


“월급 250만원을 주고 70대 입주 도우미를 고용할 때보다 훨씬 만족스러워요.”

지난달 27일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만난 윤모씨(36)는 지난 한 달간 써본 필리핀 가사관리사 서비스의 만족도를 묻자 이같이 답했다. 윤씨는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생후 7개월 아들을 매일 6시간(주 30시간)씩 돌보고 각종 집안일까지 해주는데 첫달 월급으로 165만원을 지출했다. 내국인 가사도우미를 쓸 때보다 시급이 낮고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해 90만원가량 저렴하다는 게 윤씨의 설명이다.

의사소통 측면에서도 오히려 수월하다는 평가다. 내국인 가사도우미는 나이가 많다 보니 세대 차이가 느껴졌는데 필리핀 가사도우미는 상대적으로 젊어 일하기 더 편하다는 얘기다. 대부분 영어에 능통해 언어에도 큰 문제가 없다. 윤씨는 “바로 직전에 고용한 70대 내국인 가사도우미는 늘 해오던 방식을 고집하는 면이 있어서 관리가 어려웠다”며 “필리핀 가사관리사는 한국식이 이렇다고 설명해주면 잘 받아줘서 오히려 좋다”고 말했다.
가정·관리사 모두 ‘윈윈’
서울시와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시작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 사업은 2022년 싱가포르 출장을 다녀온 오세훈 시장이 국무회의 때 건의하면서 정부 정책으로 공식 채택됐다.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실장은 “공공 아이돌보미 서비스는 1~4개월 미만 대기시간이 44.7%로 평균 3개월 이상 소요되는 등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돌봄 공백을 메워줄 것이라는 기대로 이번 외국인 가사관리사 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가정에선 (오 시장이 제안한) 당초 계획보다 많은 월 238만원(8시간 전일제 기준)을 부담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육아가 어려웠던 국내 맞벌이 부부로부터 관심을 끌었다. 윤씨도 “실력 있는 내국인 가사도우미를 쓰려면 최소 월 300만원을 써야 하는데 우리 같은 맞벌이 부부에겐 큰 부담이 된다”고 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로서도 업무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윤씨의 아이를 돌보고 있는 가사관리사 A씨(38)는 “본국에서 정보기술(IT) 회사 사무직원과 화상영어 선생님으로 ‘투잡’을 뛰었지만 겨우 월 5만페소(약 110만원)를 벌 수 있었다”며 “이 정도면 필리핀에서 ‘꿈의 직장’과 다를 바 없다”고 전했다. 실제 필리핀 정부가 시행한 한국 파견 가사관리사 모집공고에서 100명 채용에 1500명이 몰려 경쟁률이 15 대 1을 기록했다.

이번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이들의 숙련도도 높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필리핀 국립직업훈련원에서 돌봄·육아 관련 국가공인 자격증을 땄고, 지난 8월 입국한 뒤에도 국내에서 4주간 총 160시간의 직무 교육과 한국어 교육 등을 이수했다.
내년 본사업으로 확대 추진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은 내년 2월 28일까지다. 서울시와 고용부는 향후 대상자 범위를 확대해 본 사업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본 사업으로 잘 안착시키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업무 시간을 연장해서라도 더 많은 수입을 보장해달라는 가사관리사 측 요구가 대표적이다. A씨는 “현재 하루 6시간 일하고 있지만 8시간까지 일해서 더 많이 벌고 싶다”고 했다.

최근 가사관리사 두 명이 근무 2주 만에 근무지를 이탈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추가 이탈자를 막기 위해 서울시는 ‘통금’ 시간(밤 10시)을 없애고 근무지 매칭을 개선해 가정 간 이동시간을 줄이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 김 실장은 “시범사업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개선해 본 사업을 성공적으로 시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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