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증자 사연을 읽다가 심장이 멎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15세의 어린 소녀가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해 치료받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가 돼 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렸다는 가슴 아픈 사연이었는데, 그 어린 학생의 이름이 내 딸과 한 자도 틀리지 않고 똑같았던 것이다.
자기 가족의 이름과 동일하다는 사실만으로 큰 충격을 받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진짜 어린 딸을 보내는 부모님과 가족들의 마음은 과연 어땠을까? 과연 내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그 상황에서 놀랍게도 가족들은 평소의 우리 딸이었으면 이럴 때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했고, 남을 배려하고 돕기를 좋아하는 딸이었으니 장기기증을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머니는 딸을 떠나보내며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갑자기 이별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고, 지금 네가 없는 현실이 믿기지 않아. 엄마 아빠에게 넌 기쁨이었고 행복이었어. 네가 마지막 순간에 모든 것을 나눠 주고 떠났듯이 엄마도 그렇게 할게. 사랑하는 딸아, 매일 그립고 보고 싶구나. 우리 꼭 다시 만나자.” 별자리를 보고 설명하는 것을 즐기며 천문학 교수가 되는 게 꿈이었던 어린 딸은 그렇게 하늘의 별이 됐다.
#2. 하트 세이버(heart saver·심폐소생술로 심정지 환자를 살리면 받는 상)를 다섯 번이나 받은 유능한 여성 소방대원이 있다. 그는 각종 재난현장에서 헌신적인 구조활동을 해 지역사회 의사회에서 표창장도 받았다. 같은 소방관과 결혼해 1남1녀를 뒀고, 바쁜 소방 업무 속에서도 가족을 잘 살피는 따뜻한 엄마이자 아내였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언제나 달려갈 것 같던 그가 집에서 쓰러져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소방대원으로 20여 년을 근무하며 수많은 생명을 구해온 그는 삶의 끝에서 장기기증을 통해 다섯 명의 생명을 살리고 가족 곁을 떠났다. “우리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아이들 키우면서 살다 보니 너의 소중함을 몰랐어. 너무 미안하고, 네가 떠나니 얼마나 너를 사랑했는지 이제야 알겠어. 하늘나라에서 편히 잘 지내. 사랑해.” 남편이 눈물을 흘리며 읽는 추도사는 함께 일했던 동료들을 가슴 아리게 했다.
이와 같은 눈부신 생명 이음 사례는 비단 우리 국민에 그치지 않는다. 요즘은 외국 국적 장기기증자도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해마다 7~8명(총 기증자 중 약 1.7%)의 외국인이 장기기증을 통해 인류애를 실천하고 있다. 누군가의 끝이 아니라 누군가의 시작인 위대한 이야기는 오늘도 어딘가에서 조용히 만들어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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