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컨소시엄(현대건설·대우건설·포스코이앤씨)이 과도한 규제를 이유로 부산 가덕도신공항 부지 공사의 수의계약 협상이 불가능하다는 의사를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이 네 차례에 걸친 시공사 선정 유찰에 이어 수의계약마저 무산 위기에 놓여 2029년 개항 일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수의계약 수용 여부 회신 기한인 지난달 27일을 넘겨 조달청과 추가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사업 조건이 과도해 참여가 어려울 수 있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컨소시엄 측은 수의계약을 하려면 ‘착공 후 7년’인 공사 기간을 1년 이상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바다를 메워 부지를 조성해야 하는 고난도 사업인데, 개항 시점이 2029년으로 정해져 사업 수행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컨소시엄 구성에 3개사로 제한된 대형 건설사 참여 확대도 요구했다. 10조원 규모의 사업을 3개사가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 1개월로 제한된 설계 기간 연장도 요구하고 있다.
바다 메우는 고난도 공사인데…최대 3개社로만 컨소시엄 가능
건설사가 입찰에 참여하지 않자 정부는 곧바로 예외 규정을 근거로 컨소시엄 구성 대형 건설사 제한을 세 곳으로 완화한 뒤 재공고했다. 그럼에도 현대건설 컨소시엄(현대건설·대우건설·포스코이앤씨)만 참여 의사를 밝히고 경쟁이 이뤄지지 못해 4차까지 유찰을 거듭했다. 현대건설 컨소시엄도 ‘공동수급 제한’을 풀어야 공사할 수 있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컨소시엄 관계자는 “10조원 규모 사업을 세 개 회사가 부담하는 것은 위험성이 크다”며 “지금 조건이라면 차라리 수의계약이 무산되는 게 건설사엔 낫다는 말도 나온다”고 말했다.
무리한 공사 기간과 사업 조건도 가덕도신공항 사업 참여를 막는 장애물이다. 당장 바다를 메워 공항 부지를 조성해야 한다. 공사 난도가 높은 상황에서 개항 시점은 2029년으로 정해졌다.
컨소시엄은 공사 기간을 국토교통부가 제시한 7년에서 최소 1년 이상 늘려야 안정적 사업 수행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부지 규모가 커 자재 확보에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또 컨소시엄 측이 공사비 상승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수의계약 전 물가 변동에 따른 공사비 인상 조건을 먼저 협의하자고 제안해 앞으로 본협상까지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업계에서는 국내 기업에 공항 건설 실적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라도 다른 대형·중소 건설사 참여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기업은 21개국에서 56개 해외 공항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해외 신규 프로젝트는 더 늘어날 예정이다. 대부분 공항 프로젝트 실적을 요구해 국내 기업이 실적을 쌓을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실적이 부족한 대형 건설사 참여를 독려해야 해외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며 “중소 건설사도 일정 비율 참여를 의무화해 경험과 실적을 쌓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유오상/이인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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