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초유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개매수를 방해하려는 목적이 있다는 점에서 시세 조종 소지가, 주가 하락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공개매수를 하는 건 배임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정상적인 자사주 매입이라면 굳이 2일에 발표하지 않고 다음주에 발표해도 된다”며 “최 회장 측이 승리하더라도 다시 법정 분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만약 최 회장의 의도대로 주가가 80만원 이상을 유지할 경우 MBK 연합의 공개매수는 1차적으로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최 회장 입장에선 기회비용이 큰 베인캐피탈 등의 도움을 받지 않고 일단 경영권 방어에 성공하는 것이다. 고려아연은 MBK 연합이 재차 공개매수에 나서면 한화그룹 등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한 투자자와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다시 자본 조달에 나설 계획이다.
MBK는 반발하고 있다. 우선 2일 법원에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에 대한 추가 가처분 신청을 할 예정이다. 배임과 시세조종 혐의 등으로 고소·고발전이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MBK 관계자는 “고려아연 주주 입장에서 소각 목적의 자사주 매입은 주가가 원래 수준(지난달 12일 종가 55만6000원)으로 돌아간 뒤 발표해도 된다”며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수조원의 회삿돈을 쓰는 건 명백한 배임”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에선 경영권 분쟁 중에 자사주 공개매수가 이뤄진 사례가 없다. 미국에선 적대적 인수합병(M&A)에 한해 회사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합법으로 인정받은 사례가 있다. MBK 연합의 공개매수가 적대적 M&A인지를 두고 공방전이 재개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영풍·MBK 측에 영풍정밀 경영권을 빼앗기면 최 회장 입장에선 고려아연 의결권을 사실상 3.7% 넘겨주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최 회장 측의 영풍정밀 지분은 35.45%에서 60.45%로 늘어난다.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영풍정밀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다. 고려아연 측의 최창근 명예회장, 최창규 회장, 유미개발 등은 영풍정밀 지분을 담보로 대출받지 않은 만큼 주식담보대출 여력도 있다.
김우섭/하지은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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