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베트남 빈즈엉에서 열린 ‘2024 자동화산업전’에서 만난 이동기 코엑스 사장은 “중국에 이어 ‘세계의 공장’이 된 베트남은 세계에서 자동화 설비 수요가 가장 빠르게 늘고 있는 국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27일까지 열린 이 전시회는 코엑스와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이 국내 자동화 기업의 현지 진출을 돕기 위해 올해 베트남에서 처음 연 행사다. 전시 기간 코엑스가 집계한 계약 추진액은 8600만달러. 당초 예상보다 두 배 많은 수치다.
한국 자동화 기술에 대한 베트남 업체의 관심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베트남은 세계에서 제조 공장이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국가 중 하나다. 미·중 갈등 여파로 탈(脫)중국에 나선 글로벌 기업들이 베트남으로 터전을 옮기고 있는 데다 이들 업체에 소재·부품을 납품하는 현지 업체도 증가하고 있어서다.
늘어나는 공장은 자동화 설비 확대로 연결되고 있다. 스마트 공장의 필수 설비인 비전시스템, 산업용 로봇, 자동화 소프트웨어 수요를 읽은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베트남 공략에 일제히 뛰어든 이유다. 불량품을 감지해 분류하는 머신비전 등을 제조하는 비전메카의 황승길 대표는 “제품 설치와 관련한 컨설팅을 해달라는 베트남 기업의 요청만 30건이 넘었다”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과 함께 베트남에 진출한 대곤코퍼레이션은 관련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최근 현지 법인을 세웠다. 행사장에서 만난 베트남 바이어 뜨렁베트하 씨는 “제품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선 공장 자동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지 제약회사 필인터파마는 한국산 자동화 설비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비전시스템과 로봇 등으로 ‘알약 제조-불량품 분류-제품 포장’까지 모든 공정을 자동화했다. 그 덕분에 공장 투입 인력을 10분의 1로 줄였고, 위생 문제도 해결했다.
베트남 자동화 시장의 성장세는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테크사이리서치에 따르면 베트남 자동화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3조7092억원에서 2028년 약 6조1380억원으로 연평균 8.8%씩 성장할 전망이다.
베트남 정부도 산업 자동화를 국책 과제로 삼고 투자와 지원을 늘리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베트남 공산당 서열 3위인 팜민찐 총리가 참여해 한국 기업의 자동화 기술을 살펴봤다. 코엑스 관계자는 “공장 자동화에 대한 베트남 정부의 의지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빈즈엉=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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