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한국경제신문이 세계 국내총생산(GDP) 상위 20개국과 홍콩, 대만 등 22개국의 올해 1~3분기 증시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지수는 한국의 코스피와 코스닥지수, 멕시코의 S&P/BMV IPC지수, 러시아 RTSI지수 등 4개뿐이었다. 미국 나스닥지수, 대만 자취안지수 등이 20% 이상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코스닥지수는 -13.08%로 23개 지수 가운데 꼴찌였다. 우크라이나와 장기간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의 RTSI지수가 수익률 -10.02%로 22위를 차지했다. 지난 6월 당선된 좌파 대통령이 급진적 사법 개혁 등을 추진해 증시와 페소화 가치가 급락한 멕시코 S&P/BMV IPC지수(-8.55%)가 21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코스피지수는 -2.84%로 20위였다.
세계 최하위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코스닥시장은 동학개미의 무덤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 들어 국내 투자자는 코스닥시장에서 7조1010억원어치를 쓸어 담았다. 하지만 금융투자소득세 논란, 과도한 2차전지·바이오 중심의 업종 구성, 퇴출되지 않은 채 연명하는 좀비기업 등이 코스닥지수를 짓누르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반도체·2차전지에 쏠린 코스피…대장株 흔들리면 지수도 '털썩'
이 때문에 8월 ‘블랙먼데이’ 이후에도 국내 증시는 눈에 띄게 더딘 회복세를 보였다. 코스피지수는 8월 5일 대비 6.25% 오르는 데 그쳤다. 미국 나스닥지수(12.28%)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16.63%), 일본 닛케이225지수(22.87%) 등에 비해 낮은 회복률이다.
코스닥지수는 시총 최상위에 자리한 2차전지 업황에 발목을 잡혔다. 유가증권시장으로 기업이 빠져나가면서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상위엔 2차전지와 바이오, 게임주 정도만 남은 탓이다. 세계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시기에 들어서면서 주요 2차전지 관련 기업의 올해와 내년 실적 전망치가 잇달아 급락하자 코스닥지수는 ‘글로벌 꼴찌’라는 굴욕을 맛봤다.
수급도 크게 흔들렸다. 8월 5일 이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9조9999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 기간 삼성전자를 10조448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호실적 발표에도 외국인은 삼성전자 순매도 행렬을 멈추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가증권시장 수급이 텅 비었다”고 표현한다. 2020년 코로나19 이후 외국인이 주식을 팔 때마다 개인이 물량을 받아줬지만 최근엔 개인이 유가증권시장을 떠나 해외 증시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 올해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8조19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코스닥시장의 좀비기업들이 제때 퇴출되지 못하고 시장 몸집만 불리는 상황도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바이오·제약 관련 기업을 제외하고 2019~2023년 연속 적자를 낸 기업이 172개에 달한다. 전체 상장사의 약 10%가 부실기업이란 얘기다.
코스닥지수의 하락세가 이어지자 반등을 예상하며 코스닥 종목과 상장지수펀드(ETF)를 대거 사들인 개미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개인은 올 들어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를 4546억원어치 사들였다. 올해 개인이 사들인 국내 주식·파생형 ETF 중 순매수 금액 1위다. 올해 수익률은 -18.65%로 부진하다.
심성미/선한결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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