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국민연금 개혁 첫걸음은 운용 역량 높이기

입력 2024-10-01 18:02   수정 2024-10-02 00:08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연금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국민연금 제도로의 개편으로, 이를 달성하기 위해 네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4%포인트 인상한다. 둘째, 명목소득대체율은 현행 40%에서 42% 수준으로 상향 조정한다. 셋째, 기금수익률도 1%포인트 이상 제고해 장기 수익률을 연 5.5%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인구구조 변화, 경제 상황 등과 연동해 연금액 등을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검토한다.

이번에 발표된 추진계획은 국민연금 개혁의 최종안은 아닐 것이다. 현재 안이 그대로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국민연금 기금은 종국에는 소진될 것인데 그 상태에서 부과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 결국 기금 소진 이전에 본질적인 개혁을 통해 보험료와 기금에서 발생하는 운용수익, 여기에 필요에 따라 일부 재정이 추가돼 연금이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궁극적으로 기초연금-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으로 이어지는 다층구조의 정립을 통해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하는 체제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어떠한 방향으로 국민연금 개혁이 이루어지더라도 기금 운용수익률의 제고는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달성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국민연금 기금은 1988년 제도 도입 후 2023년 말까지 5.92%의 연평균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기금 규모도 1000조원을 웃돈다. 지난해 5차 재정추계 당시 설정된 장기 목표수익률은 4.5%였으나, 이번 계획에서는 이를 5.5%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수익률 제고를 위해서는 위험자산의 비중을 높여야 하므로 정부는 올해 5월 기준포트폴리오를 도입하는 내용의 자산배분체계 개편안을 의결했다. 해외·대체투자 운용 역량을 높이기 위해 기금운용 전문인력을 확충하고, 해외사무소를 개설하는 등 운용 인프라를 강화하고 있다.

CPPIB와 OTPP를 포함한 캐나다 공적연금은 공적연금 기금운용의 모범사례라 할 수 있다. 두 연금 모두 기준포트폴리오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대체투자를 포함한 위험자산의 비중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적극적인 투자로 국민연금보다 우월한 수익률을 달성하고 있다.

가장 부러운 점은 이들 기금의 지배구조다. 이사회는 투자 전문가들로 이뤄진 기금운용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서 기금 가입자들의 노후를 책임진다는 목표하에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 공적연금들은 공공기관으로서 정부의 감독을 받지만, 기금운용에서는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체제를 철저히 유지하고 있다. CPPIB는 6000조원을 2000명이 넘는 직원이, OTPP는 250조원을 약 1200명이 운용하고 있다. 최고경영자(CEO)와 최고투자책임자 등 주요 임원들은 민간 금융회사 수준의 높은 보수를 받고 있다. 반면 1000조원을 넘어선 국민연금은 약 450명이 운용하고 있어 1인당 2조원이 넘는 금액을 담당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 역량 강화를 위한 선행 조건은 현재의 지배구조를 선진국 공적연금과 같이 개편해 기금운용위원회를 전문가로 구성하고 기금운용에 있어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또한 기금운용본부의 인력과 보상 수준을 대폭 보강해야만 할 것이다.

최근 국민연금공단에 퇴직연금 사업자 지위를 부여하는 안이 논의되고 있는데 이는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에 모두 해가 되는 방안으로 시행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현재 400조원에 이르는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연 2%대에 머무르는 이유는 적립금이 90% 가까이 원리금 보장상품으로 운용되고 있고, 흔히 디폴트옵션으로 불리는 사전지정제 역시 원리금 보장상품이 주를 이루면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제도의 근본적인 개혁 없이 단순히 국민연금에 운용을 맡기는 것은 국민연금 기금운용에 더 큰 부담을 가져와 기금운용 성과를 저하할 뿐 아니라 많은 제약하에서도 퇴직연금을 키워온 자본시장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 국민의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금운용 성과를 제고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 보다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방안이 추진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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