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하게 동네에서 연립주택을 지어 판 이른바 ‘집장사’가 생존의 갈림길에 몰리고 있다. 정부가 비아파트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빌라 시장은 여전히 소비자 관심권에서 멀어져 있다.
빌라는 서민의 대표적인 주거 시설로 꼽힌다. 아파트로 옮겨가기 전에 거주하는 ‘주거 사다리’ 첫 계단이다. 사회초년생이 아파트를 구하는 데 필요한 전세금이나 목돈을 마련할 때까지 저렴한 빌라에 전세나 월세로 거주하는 게 대표적인 예다.
빌라를 개별적으로 사서 거주하는 사람도 있지만, 다수는 여러 채를 보유해 월세 등 임대수익을 받는다.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 거주와 거래는 위험하다’는 낙인이 찍힌 지 오래다.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은 사람만 지난 8월 기준 2만 명을 넘어섰다. ‘빌라 포비아(공포증)’ 확산으로 더 이상 짓지도, 팔리지도 않는 애물단지 신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빌라 인허가 물량은 전국 1만8000가구, 서울은 2000가구에 그쳤다. 국토교통부의 장기 평균 인허가 물량(2007~2023년)의 각각 26%, 10% 수준이다. 최근 아파트값 강세도 빌라 기피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빌라는 공사 기간이 6개월 남짓으로 통상 3년인 아파트보다 짧다. 최근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빌라 등 매입임대주택 공급을 서두르는 것도 단기 주택 공급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다. 정부는 노후 저층 주거지에 국비를 지원하는 뉴빌리지 시범사업도 추진한다. 2027년까지 신축 빌라를 매입해 임대등록하면 양도소득세 중과 면제 같은 세제 혜택을 준다.
하지만 민간에서는 빌라를 신축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이 전세사기 이후 빌라 업체의 자기자본 기준을 높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요 진작이 우선돼야 하는데 부정적인 이미지가 여전히 강하다. 최근 주택시장 불안의 진원지 중 한 곳이 빌라 시장이다. 빌라 업계에서는 ‘시장의 신뢰 회복’을 부르짖고 있다.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빌라 시장 안정책 마련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