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군 아나운서는 우리 군 전략 무기인 ‘현무-5’ 미사일을 이렇게 소개했다. 이날 처음 실물이 공개된 현무-5는 탄두 중량이 최대 8t에 달해 ‘전술핵’에 버금가는 파괴력을 갖고 있다. 9축의 이동식 발사차량(TEL) 위에 실린 10여m 길이의 원통형 발사관(캐니스터)은 미사일의 엄청난 파괴력을 가늠케 했다.
이날 국군의 날 기념식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서울공항 활주로에서 열렸다. 병력 5000여 명과 83종, 340여 대 군사 장비를 동원한 만큼 넓은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후 서울 도심에서 펼쳐진 시가행진도 2년 연속으로 진행됐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야권을 중심으로 수십억원의 예산을 써서 대규모 군사 무기 퍼레이드를 벌이는 것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만성적인 세수 부족 상황에서 국민의 혈세를 대통령과 군 장성들을 위한 ‘병정 놀음’에 쓰고 있다”고 비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갈수록 고조되는 상황에서 예산 때문에 국군의 날 행사를 비난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것이 군 안팎의 평가다. 북한은 최근 핵탄두 제조에 쓰이는 고농축우라늄(HEU) 시설을 공개하고,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시험 발사하는 등 도발 강도를 꾸준히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현무-5 등 우리 군의 첨단 무기는 북한에 대해 ‘도발 시 대량 응징 보복에 나서겠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이날 행사를 기획한 군 관계자는 “시가행진은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고, 군 장병의 사기 진작에도 도움이 된다”며 “정치권에서 ‘예산이 많이 든다’며 폄훼하는 것은 군의 사기를 해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K방산 ‘수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기념식엔 100여 개 국가의 해외 무관들이 참석해 우리 군의 첨단 무기체계 행진을 지켜봤다. 이를 의식한 듯 군 관계자는 기념식 방송에서 군사장비를 소개할 때마다 ‘K방산의 우수성’ ‘다수 국가에 수출’ 등의 표현을 썼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해외 국방 수뇌부들이 시가행진 다음 날(2일)부터 충남 계룡대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국제방위산업전시회(KADEX 2024)’에도 다수 참가한다”며 “실전 배치 무기를 확인한 해외 잠재 고객들의 수출 연계 효과는 분명하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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