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02일 13:5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자사주 취득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지면서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길이 열린 가운데 '매입 한도'를 놓고 새로운 논쟁이 붙었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매입에 최대 6조원을, MBK는 정관 규정 등을 따져보면 실제론 600억원밖에 못 쓴다고 맞섰다. 매입 한도에 따라 최윤범 회장 측이 반격의 카드로 꺼낸 '자사주 공개매수' 성패가 갈릴 수 있다.
MBK파트너스는 2일 보도자료를 내고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금액 한도는 기존에 알려진 대로 5조8497억원이 아니라 실제는 586억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5조8497억원은 작년말 기준 배당가능이익 한도(6조9059억원)에서 자사주 취득금액과 이익준비금, 신탁계약금 등 비용을 제해 계산된 금액이다. 하지만 MBK는 정관 규정을 고려하면 실제 자사주 매입에 가능한 한도는 극히 적어진다고 주장한다. 지난 정기주총 결의로 승인된 차기이월이익잉여금은 2693억원에 불과한데 여기에 중간배당액과 이익잉여금 적립을 합산한 금액(2106억원)을 빼면 586억원밖에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려아연은 정관 규정을 통해 이익잉여금 처분 시 임의적립금을 적립하도록 별도 항목으로 명시하고 있는데 현재 이렇게 적립된 규모가 6조5340억원에 이른다. 신사업 투자를 위해 꺼낸 '트로이카 드라이브'의 일환으로, 해외투자적립금이 3조4140억원, 자원사업투자적립금이 3조2200억원이다.
이 항목은 해외투자와 자원사업투자 등 목적을 특정해 적립됐기 때문에 자사주 매입에는 쓸 수 없다는 게 MBK의 주장이다. MBK는 "고려아연이 그간 주주들에 대한 배당을 최소화하기 위해 해외투자와 자원투자를 내세워 대규모 임의적립금을 쌓고 주총 승인까지 받았다"며 "결국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을 지킬 실탄이 모자라게 돼 스스로 발목이 잡혔다"고 지적했다.
이 임의준비금을 자사주 매입에 쓰기 위해 목적을 전환하려면 이사회 결의만으로는 불가능하다고도 못박았다. "이사회 결의로 자사주 공개매수를 추진한다면 위법행위"라며 주주총회 결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어 자사주 공개매수를 논의한 고려아연을 상대로 법적 공방을 사실상 예고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MBK의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는 시도조차 어려울 수도 있다. 최윤범 회장 측이 MBK 연합의 공개매수를 저지하려면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80만원선이 되어야 한다. 수조원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매입한도가 586억원에 그친다면 공개매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날 MBK 연합이 법원에 제기한 '자사주 취득금지 가처분'이 기각되면서 승기를 잡았던 고려아연으로선 '매입한도 논쟁'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됐다. 이사회 결의만으로도 임의준비금의 목적을 전환할 수 있다는 근거 등 새롭게 논리를 보강해야 한다.
고려아연은 이날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당사의 자기주식 취득 가능액을 6조원이 아닌 586억원이라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MBK파트너스와 영풍에 대해 민·형사상 모든 법적 책임을 진행한다"며 "민·형사상 모든 조치와 함께 금융감독원에 시세조종과 시장교란 행위 등에 대한 신고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IB업계 관계자는 "민감한 시기에 허위 사실을 시장에 유포하면 자본시장법 위반이 되는만큼 양측 중에 누군가는 문제가 될 것"면서 "양측의 입장차가 명확한 가운데 시장이 어느 쪽에 반응할지도 관전 포인트"라고 전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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