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02일 15:0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가 인수를 확정한 한온시스템 주가가 급락했다. 한국타이어의 인수 조건이 바뀐 결과다. 사모펀드 한앤컴퍼니(한앤코)은 구주를 상대적으로 비싸게 팔기로 했고, 한국타이어는 한온시스템 신주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사들일 권리를 획득한다. 이 과정에서 한온시스템 일반 주주의 주주가치는 크게 훼손될 전망이다.
2일 한온시스템 주가는 오후 1시24분 기준 전거래일보다 8.11% 하락한 391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이 한온시스템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인수 조건을 한국타이어에 유리하게 조정한 여파란 평가다.
한국타이어는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어 한온시스템 인수 안건을 최종 의결했다. 한국타이어가 1조8277억원을 투입해 한온시스템 지분 54.77%를 확보한다. 지난 5월 한국타이어가 한온시스템 인수 계획을 발표할 때와는 인수 조건이 크게 바뀌었다.한온시스템 주가가 지난달 말까지 약 36% 급락하자 조건을 부랴부랴 바꾼 것이다.
한국타이어는 당초 한앤코가 보유한 한온시스템 주식 1억3345만주를 주당 1만250원에 매입하기로 했다. 여기에 한온시스템의 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 6514만4960주를 주당 5605원에 취득하기로 했다.
하지만 바뀐 조건에 따라 한국타이어가 한앤코로부터 사들이는 구주 물량은 1억2277만주로 기존 계획보다 1067만주 줄였다. 주당 가격도 1만원으로 기존 매입가격보다 2.4%가량 낮췄다. 반면 유상증자를 통한 신주 부담은 줄었다. 주당 발행 가격은 기존 5605원에서 4139원으로 26.2% 낮췄다. 하지만 유상증자 물량은 기존 약 6514만주에서 1억4496만주로 약 2.2배 커졌다.
신주 발행물량이 대거 커지면서 지분희석 우려가 번진 결과다. 한국타이어의 낮아진 주가를 기준으로 신주 발행가격을 다시 조정하면서, 신주 발행물량이 더 늘었다. 한앤코가 한국타이어의 유상증자 부담을 덜어주는 대신 구주 매각 가격은 2.4%만 깎으면서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IB 업계 관계자는 "한앤코는 이번 거래 이후에도 한온시스템 지분 21.6%를 보유하는 만큼 유상증자로 인한 지분 희석을 피할 수 없다"며 "그럼에도 신주 발행 규모를 확대하기로 한 것은 한온시스템의 재무 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앤코의 한온시스템 매각 구조는 지난 5월부터 투자자 반발에 직면한 바 있다. 한앤코 구주 매각가격이 유상증자 신주 가격에 비해 83%가량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조건변경으로 구주가격이 신주보다 되레 142%가량 더 올라갔다. 한앤코는 한온시스템 잔여 지분을 2년 반 뒤에 주당 5200원에 한국타이어에 팔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도 받았다. 현 주가와 신주 발행가를 웃돈다.
한앤코의 한온시스템 매각은 소액주주 피해를 부르는 전형적 M&A 거래로 꼽힌다. 정부와 국회는 이 같은 거래를 막기 위해 상장사의 의무공개매수 제도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의무공개매수 제도는 상장사 지분 25% 이상을 취득해 대주주가 되려면 ‘50%+1주’ 등 일정 수준의 지분까지 일반 주주 지분도 동일한 조건으로 주식을 매입하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도입 작업이 표류하면서 한온시스템 주주등의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석철/박종관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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