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처럼 삭제시키자"…조국혁신당에 뿔난 개딸들 [정치 인사이드]

입력 2024-10-03 08:23  


"윤석열 정권을 깨뜨리는 쇄빙선이 되겠다."(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쇄빙선 역할 하겠다더니 본진을 향해 돌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10·16 기초단체장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민주당)과 조국혁신당(혁신당)의 '집안싸움'이 격화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과 혁신당이 각각 수성과 입성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호남에서는 여야 간 공방을 방불케 하는 노골적인 비방전마저 포착된다. 이어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 사이에서 "제2의 정의당", "국민의힘 2중대" 등 혁신당을 향한 분노가 터져 나오고 있어, 야권에서는 '혁신당이 정의당의 길을 가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공공연히 퍼지는 모양새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과 혁신당의 비방전이 격렬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지역은 전남 영광이다. 이 지역 기초단체장 선거를 놓고 중앙당 차원의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는 이유는 지난 4월 총선 비례대표 투표에서 접전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혁신당은 영광에서 39.46% 득표율을 얻어 민주당 주도 위성정당이었던 민주연합(40.1%)과 근소한 차이를 기록했다. 비록 인구 5만여명 규모의 기초단체장 선거지만, 총선 직후 호남 민심의 '바로미터'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는 평가다.

장현 혁신당 영광군수 후보 측은 장세일 민주당 영광군수 후보의 '전과'를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장세일 후보는 1989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2014년 사기·보조금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벌금 900만원 형을 선고받았다. 장현 후보는 이를 놓고 "파렴치범"이라고 날을 세웠다. 혁신당 측은 장세일 후보의 전과가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생긴 이력이 아니라는 점을 띄우는 분위기다. 조 대표는 지난달 26일 김어준씨 유튜브에서 "후보의 능력, 자질, 도덕성, 전과, 전과의 종류 등을 보고 투표해야 한다"고 장세일 후보를 저격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반면 민주당의 장세일 후보 측은 장현 후보가 서울 강남구 청담동 아파트를 소유하면서 정작 영광에는 단칸방 하나 가지고 있지 않다며 '주거지 논란'에 불씨를 댕겼다. 주철현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강남에는 수십억 아파트를 보유하면서도 정작 영광에는 자기 명의로 방 한 칸 구하지 않았는지, 영광군수로 나설 기본자세도 자격도 없을 뿐 아니라 영광군민을 우롱하는 행태"라며 "선거가 끝나면 곧바로 영광을 뜰 생각으로 곁방살이를 하는 것은 아닌가"라고 했다.

양당의 비방전은 곧 고발전으로 이어졌다. 먼저 혁신당 전남도당은 지난 2일 주거지 논란을 띄운 주 최고위원을 허위사실 공표·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혁신당 측은 "장현 후보에 대해 '단 한 푼의 임차권조차 신고하지 않았다'거나 '무상 제공을 통한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 '자기 명의 쪽방조차 마련하지 않았다'고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고 했다. 혁신당에 따르면 장현 후보는 임대료 일시 지급 방식으로 임대차계약을 맺어 영광읍에 살고 있다고 한다. 민주당 전남도당은 지난달 27일 "장현 후보가 김어준씨 유튜브에서 '민주당 경선이 불공정했다'고 발언한 것은 당 명예훼손"이라며 경찰에 고발했다. 장현 후보는 민주 영광군수 후보 경선에 나섰다가 탈당해 혁신당에 입당했었다.

진흙탕 싸움이 이어지면서 진보 진영에서 강한 입김을 불어 넣곤 하는 소위 '개딸'(이재명 민주당 대표 및 민주당 강성 지지층)들의 분노는 임계점에 다다르는 분위기다. 이 대표의 대권가도에 조 대표와 혁신당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취지의 반발이다. 강성 지지자들이 모인 이 대표의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 등 친야(親야권)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혁신당을 향해 "조국당은 진짜 안 되겠다", "결국 이장님(이 대표)과 붙어야 하는 당인데, 지금부터 이러는 건 결국 '자기정치' 하겠다는 거고 국민은 안 보인다는 것", "쇄빙선 역할로 표 얻었으면 그 역할부터 충실해야" 등의 반응이 나왔다.


이 가운데 특히 혁신당을 '정의당'에 빗대는 여론이 상당했다. 21대 국회에서 진보 진영 원내 소수정당이었던 정의당은 지난 총선을 앞둔 정국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 찬성 표결을 하거나,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한때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민주당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외면받았다. 의석수 확보에도 실패했다. 이 대표 지지자는 이런 정의당의 상황을 언급하며 혁신당을 겨냥해 "단순히 경쟁이 아닌 민주당과 독자노선을 걷겠다는 생각이면 응원할 수 없다"고 했다. 다른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정의당처럼 삭제시켜야 한다", "국민의힘 2중대", "재·보궐에 목숨 거는 혁신당을 보니 대선 때 심상정이 자꾸 오버랩된다" 등 격앙된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혁신당에서도 이런 기류를 의식하고 있다. 신장식 혁신당 의원은 지난 2일 페이스북에서 "혁신당이 '정의당의 길'을 간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계신다. 혁신당이 오직 민주당과의 차별화에만 매달리면서 국민들이 바라는 크고 중대한 전선을 흩트리는 소위 '정의당의 길'을 간다? 저부터 반대한다. 걱정들 붙들어 매라"고 했다. 조 대표도 신 의원의 이 글을 공유했다. 한 야권 관계자는 "최근 조 대표가 '심상정 후보였다면 대선을 완주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정의당과 혁신당은 다르다는 점을 어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애초에 민주당과 혁신당은 독자노선을 밟을 수밖에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혁신당은 친문(親문재인) 주류의 정당이고, 이 대표 측 민주당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 대표를 박해했다고 생각한다"며 "여태까지 전략적 제휴를 했는진 몰라도, 양당은 같이 갈 수가 없다. 그게 이번 재·보궐선거를 계기로 표출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사안이 터졌을 때 연합해서 대응할 순 있겠지만, 양당은 합쳐지지 못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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