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후보 때문에 죽으려고 한다. 이번에 잘 기획해서 (한동훈을) 치면 김건희 여사가 좋아할 것(이다)."
지난 7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이 한 유튜브 채널과 나눈 대화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이 '쑥대밭'이 됐다. 대통령실 출신 인사가 한 대표를 공격하라고 사주한 정황이 담긴 녹취 내용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와의 갈등설에 기름을 붓게 됐기 때문이다.
연봉 3억의 '꿀보직'으로 알려진 서울보증보험 감사를 지내고 있는 김 전 행정관 역시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 국민의힘은 법적 조치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고, 한 대표의 지지층은 '해임 촉구' 탄원서를 모으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은 2일 '한동훈 공격 사주' 의혹을 받는 김 전 행정관과 관련 "보수정당 당원이 소속 정당 정치인을 허위 사실로 음해하기 위해 좌파 유튜버와 협업하고 공격을 사주하는 것은 명백하고 심각한 해당 행위이자 범죄"라며 "국민의힘은 당 차원에서 필요한 절차들을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그 결과에 따라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김 전 행정관이 탈당의 뜻을 밝힌 것과는 별개로 사후 조치를 이어간다고도 밝혔다. 김 전 행정관은 이날 법률대리인을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한동훈 대표와 당을 이끄시는 당직자분들, 당원들 모두에게 이 모든 논란을 일으킨 것에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을 전하며 당을 떠나기로 결심했다"며 "유튜브 방송에 당정이 흔들리지 않기를 바란다는 점은 정말 진심"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추가적인 조치를 이어갈 전망이다. 윤리위 조사는 물론 고소나 고발 등 법적 조치를 검토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이와 관련 "당원이었을 때 한 행동이니까 그에 대한 윤리위 조사를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우리 당 법률자문단에서 후속 조치를 계속하고 있을 것이다. 필요하다면 (고소 고발도) 추진하겠다. 간단하게 보면 명예훼손일 수도 있고, 전당대회 기간 중이었으니, 업무방해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행정관 입장에서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대통령실에서 사임한 뒤 맡게 된 서울보증보험 상임 간사직에서도 위태로워지게 됐다. 이 자리는 약 3억원의 연봉을 받는 회사 2인자 자리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 관련 이력이 전혀 없는 사람이 이 자리에 앉았다며 '낙하산' 의혹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한 대표의 지지층은 '해임 탄원'을 시작했다. 한 대표 팬클럽인 '위드후니' 운영자는 이명순 서울보증보험 대표이사에게 보내는 해임 탄원서에서 "정부와 여당을 수렁에 빠뜨리는 공작을 벌인 김대남은 아직도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고자 발버둥 치고 있다"며 "(김대남은) 정부와 여당을 공격하는 유튜버와 사적 통화를 나누며 대통령실의 내밀한 내용을 유출하고, 여당 당 대표 후보에 대한 저격 활동에만 골몰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대남은 임기 3년간 최소 9억에서 최대 12억까지 챙기게 된다"며 "전문성조차 의심될만한 인물인 김대남이 어떻게 이런 자리에 갔는지 놀라울 뿐이다. 서울보증보험의 모든 총괄 책임을 가지고 있는 이명순 대표이사는 즉각 김대남을 해임해야 한다"며 동참을 당부했다.
한편, 유튜브 방송 '서울의소리'가 지난달 30일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 전 행정관은 한동훈 대표가 지난 총선 당시 여론조사 당비로 자신의 대선 인지도를 조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통해 한 대표를 공격할 방법을 찾아보라며 "(김건희) 여사하고 그러니까 한동훈이 때문에 진짜로 죽으려고 하더라고. 너희가 이번에 잘 기획해서 서울의소리에서 (한 후보를) 치면 아주 여사가 좋아하겠는데"라고 말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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