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살 사람들은 다 샀나"…서울 집값 '파격 전망' 나왔다 [이송렬의 우주인]

입력 2024-10-05 12:41   수정 2024-10-05 12:54


"현재 서울 집값은 '숨 고르기' 중이라고 봅니다. 내년 봄 이사철부터는 다시 상승세에 불이 붙을 수 있습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사진·49)은 최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서울 집값 상승세가 최근 들어 주춤하자 상승 기조가 끝난 것 같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2022년 집값이 급락한 후 지난해부터 시작한 서울 집값 상승세는 올해 들어 탄력을 받았다. 강남 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핵심 지역부터 시작한 상승 흐름으로 서울 집값 전반에 훈풍이 불었다. 하지만 추석 연휴가 끝나자 서울 부동산 시장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핵심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하던 집값 상승세가 둔화하자 부동산 시장 안팎에서는 "이제는 서울 집값 오름세도 끝난 것 아니냐", "이렇게 주춤하다가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다", "이젠 살 사람들은 다 샀다는 뜻" 등 서울 집값에 대해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목소리들이 쏟아지고 있다.

함영진 랩장은 "올해 서울 부동산 시장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빠르게 상승했다"며 "강남 3구와 마·용·성이 집값이 가장 먼저 치고 나갔고 핵심 지역이 오르자 동작구, 광진구, 강동구, 서대문구 등 핵심지 다음으로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지역으로 집값 상승세가 확산했다"고 평가했다.


서울 집값 상승 동력이 약해진 것은 '치솟은 가격'과 '돈줄 죄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집값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것은 집값이 그간 쉬지 않고 오르면서 피로감이 누적된 것이 가장 큰 이유"라면서 "예컨대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래미안 원베일리'는 2021년 분양 당시 전용 84㎡가 14억원이었는데 작년 8월 입주하면서는 45억원을 기록하더니 최근엔 60억원까지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격이 오르면서 매수를 희망하는 실수요자들이 높은 가격에 적응하는 시간이 분명하게 필요한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정부가 가계부채 억제를 이유로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매수 심리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지난달 초부터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가 시행돼 차주들의 대출액이 크게 줄어들었고, 전세 대출 문턱도 높이면서 집값을 밀어 올리는 전셋값 상승에도 제동이 걸린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일련의 상황들로 상승 폭은 둔화할 수 있겠지만 오름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함 랩장은 "매수 심리가 악화하면서 올해 초보다는 가격 상승이 더디고 거래량도 줄어들 것으로 본다"면서도 "그렇지만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보는 가장 큰 이유는 공급 부족 때문"이라면서 "내년에도 서울의 적정 수요보다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의 공급이 예정됐고, 서울에서 나오는 아파트 공급의 대부분이 재건축 단지로부터 나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원활한 공급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정부가 8·8 대책을 내놨지만, 비아파트 위주의 공급 확대인데다 당장 시장에 공급을 늘리는 방안도 아니다"면서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아파트)' 트렌드와 함께 비아파트에서 빠져나온 수요가 아파트로 쏠리는 점 등은 서울 집값 하단을 견고하게 다지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서울 아파트는 규격화되고 표준화된 직접 투자 상품으로 봐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인구가 줄고 이에 따라 전반적으로 수요가 줄어든다는 전망이 많지만, 서울 아파트는 전국에서 지켜보는 투자 상품이기 때문에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등 예측 불가능한 사건이 터지지 않는 한 하락은 없다고 보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인건비와 공사비 상승으로 분양가가 치솟으면서 신규 분양 단지 인근 집값을 밀어 올리고 있고, 집값을 자극하는 전셋값 역시 안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 등은 집값 상승을 뒷받침하는 요인들"이라고 말했다.

집값 상승세가 시작되면 올해와 마찬가지로 '양극화' 현상이 빚어질 것으로 봤다.

함 랩장은 "내년에도 시장에선 양극화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올해처럼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지역은 더 오르고 그렇지 않은 지역은 집값이 크게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이런 의미에서 강남 3구나 마·용·성 등 핵심 지역은 상승세가 지속되고 상대적으로 외곽 지역은 수요 유입이 더딜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서울 외곽 지역이어서 집값이 무조건 내린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얼죽신' 트렌드가 이어지는 만큼 지역 내에서 신축 아파트 혹은 준신축 아파트에 대한 쏠림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지역 간 양극화에 연식에 따른 양극화도 두드러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 집 마련'은 내년 집값이 움직이긴 전에 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는 조언이다.

함 랩장은 "서울에 '내 집 마련'을 고민하고 있다면 올해 4분기나 내년 1분기 거래가 소강상태일 때 나오는 급매물을 잡는 게 현실적으로 유리할 것"이라면서 "이와 함께 경매, 분양 등을 함께 고려한다면 '내 집 마련'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다만 유의할 점은 기준금리가 내려 시중 유동성이 다시 시장에 유입돼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실수요자가 몰리고 집값이 치솟는 과열 현상이 빚어진다면 정부가 강력한 수요 억제책을 펼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집값과 함께 전셋값도 당분간은 고공행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함 랩장은 "서울 아파트 매매가 투자가치가 높은 상품이라면 서울 아파트 전세는 사용 가치가 높다고 볼 수 있다"며 "서울 전셋값이 장기간 상승세를 이어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임대료가 뛰고 있고, 작년 비아파트를 중심을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전세 사기와 역전세 이슈가 서울 아파트 수요를 늘리면서 가격을 밀어 올렸다"며 "입주 물량이 전반적으로 급감하면서 전세 물건이 시장에 크게 줄어든 점도 서울 전셋값을 끌어올린 배경"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도 시장에 있는 전세 물건이나 입주 물량 등 공급량이 크게 개선될 여지는 없어 전셋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며 "전셋값이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전세의 월세화'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내년엔 세입자들의 임대료 부담이 더 커질 것이란 얘기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올해 3월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에 들어와 고객들의 부동산 자문과 강연 등을 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주택 시장과 관련한 리포트를 제작하는 등 깊이 있는 시각을 제공하려고 애쓴다. 우리은행 이전엔 부동산 리서치업체 부동산R114, 직방 등 기업들에 있으면 주거용 부동산 데이터를 다뤄왔다.

우주인. 집우(宇), 집주(宙), 사람인(人). 우리나라에서 집이 갖는 상징성은 남다릅니다. 생활과 휴식의 공간이 돼야 하는 집은, 어느 순간 재테크와 맞물려 손에 쥐지 못하면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끼게 만드는 것이 됐습니다. '이송렬의 우주인'을 통해 부동산과 관련된 이야기를 사람을 통해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글=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사진·영상=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ycyc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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