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 가까이 가서는 안 되는 위험한 사람이다.” (민주당 부통령 후보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이민자 정책으로 불법 총기 문제가 만연하고 주거비가 치솟았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 JD 밴스 오하이오주 상원의원)
1일(현지시간) CBS방송 주최로 열린 미국 부통령 후보 TV 토론 대결에서 월즈 주지사와 밴스 의원이 90분 동안 치열한 정책 대결을 선보였다. 이전 대통령 후보 토론 때와 달리 인신공격, 모욕적 언사는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이민 이슈에 대해서도 밴스 의원은 월즈 주지사를 몰아붙였다. 그는 미국 내 불법 이민자가 2000만~2500만 명에 달한다며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국경 정책을 취소했기 때문에 우리는 역사적인 이민 위기를 맞았다”고 역설했다. 또 “해리스 부통령의 이민 정책 탓에 펜타닐(마약)이 기록적 수준으로 미국에 유입됐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시작한 국경 장벽 건설, 불법 이민자 추방을 다시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월즈 주지사도 공세에 나섰다. 그는 밴스 의원이 스프링필드에서 아이티 이민자들이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는다는 이야기를 퍼뜨렸다며 “이민자를 악마화한다”고 지적했다. 아이티 이민자의 법적 지위에 관해 밴스 의원이 흥분해서 긴 발언을 이어가다가 마이크 음소거를 당하기도 했다.
양측은 낙태 문제를 두고서도 뜨거운 공방을 주고받았다. 월즈 주지사는 낙태가 금지된 조지아주에서 노스캐롤라이나주로 차를 끌고 무리하게 이동하다가 사망한 여성 사례를 들어 “낙태를 결정하는 것은 삶을 통제할 수 있는 기본권 문제”라고 강조했다. 반면 밴스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자신이 “민주당의 급진적 낙태 정책을 막고 각 주에 결정할 권한을 돌려주려는 것”이라고 맞섰다. 또 공화당은 “가족을 지지(pro-family)한다”며 불임 시술 등을 지원하고 주거비 등을 낮춰 가족의 생활을 안정화하겠다고 했다.
CNN은 양측의 발언 점유 시간을 집계한 결과 월즈 주지사가 38분40초로 밴스 의원(36분56초)보다 약 2분 더 길었다고 평가했다. 방송 직후 CNN이 SSRS를 통해 진행한 즉석 여론조사(등록유권자 574명 대상)에 따르면 밴스 의원이 더 잘했다는 평가가 51%로 월즈 주지사(49%)보다 약간 높았다. 토론 후 월즈 주지사를 호의적으로 본다고 응답한 비중은 59%로 이전(46%)보다 크게 높아졌다. 밴스 의원에 대한 호의적 평가도 30%에서 44%로 뛰었다.
앞서 “아이는 없고 고양이만 키우는 여성들” 등 공격적 언사로 물의를 빚은 밴스 의원은 이날 토론에서 “공감 능력이 있는 보수주의자로서 이미지를 구축했다”(워싱턴포스트)는 평가를 받았다. 총기 규제에 관한 토론 과정에서 월즈 주지사가 10대 아들이 총격 사건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았던 일을 언급하자 밴스 의원은 “그런 일을 겪은 줄 몰랐다. 유감이다”고 했고 월즈 주지사는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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