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덕도신공항 표류, 정략적 예타 면제의 후폭풍이다

입력 2024-10-02 17:52   수정 2024-10-03 00:21

가덕도신공항 부지 공사 수의계약이 무산 위기에 놓였다. 현대건설 컨소시엄(현대건설·대우건설·포스코이앤씨)이 과도한 규제를 이유로 협상 진행이 어렵다는 뜻을 정부에 전했기 때문이다. 2029년 개항 목표에 빨간불이 켜졌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이 네 차례 유찰에 이어 수의계약마저 좌초 위기에 처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 프로젝트는 부지 조성에만 10조5300억원을 투입하는 국내 최대 규모 공항 건설사업이다. 이 정도 규모라면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한 컨소시엄에 대형 건설사 여러 곳 참여가 필수라는 게 업계 주장이다. 그러나 정부는 시공능력 기준 10대 건설사 중 두 곳까지만 허용하는 등 참여 자격을 너무 까다롭게 하는 바람에 외면당했다. 막판 세 곳으로 늘려도 마찬가지여서 결국 수의계약으로 돌렸지만, 장애물이 한둘이 아니다.

공사 기간부터 문제다. 당초 개항 목표 시점은 2035년 6월이었다. 이 목표도 무리라는 지적이 많았지만, 정부는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되레 5년 반이나 당겼다. 엑스포 유치가 실패했다면 공사 기간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함에도 부산 민심을 의식해 무리한 목표를 유지했다. 게다가 육해상에 걸쳐 짓는 고난도 공사다. 지반이 불균등하게 내려앉는 부등침하(不等沈下) 발생 우려도 있고, 바다 쪽은 수심이 20~30m에 이른다. 원자재값과 인건비도 급등했다. 그러니 건설사들이 참여를 꺼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규모가 가덕도보다 훨씬 작은 울릉공항 공사 기간이 7년인 것을 감안하면 가덕도신공항의 2029년 개항은 무리다.

가덕도신공항은 애초부터 여야 포퓰리즘 야합의 산물이다. 해외 컨설팅 업체의 평가에서 경제성과 안전성 모두 낙제점을 받아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 났으나 정치권은 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뒤집었다. 생산유발 효과, 여객 수요 등이 과장됐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도 특별법을 만들어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건너뛰었고, 공기(工期)마저 무리수를 두고 있다. 가덕도신공항 표류는 그 후폭풍인 셈이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사업인 만큼 졸속으로 지을 수는 없다. 개항 시점을 늦추고 참여 기업 폭을 더 넓히는 등 사업 전반을 재검토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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