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지역 항만 근로자 4만5000명이 가입한 국제항만노동자협회(ILA)가 1일(현지시간) 동시 파업에 들어갔다. 뉴욕항 등 36개 항만의 화물 선적 및 하역 작업이 전면 중단됐다. 파업이 장기화하면 국내 수출 기업도 운임 상승, 납기 지연 등의 피해를 볼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덴마크 해운 조사 전문기관 시인텔리전스는 2일 “ILA 파업으로 미국 동부 항만 가동이 하루 중단되면 밀린 일감을 해소하기 위해 1주일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달 중순까지 파업이 이어지면 연내 항구 정상 가동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체류 화물이 더해지면 병목 현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미 동부 항만의 하루 컨테이너 처리량은 약 7만4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다. 해운업계는 뉴욕항 인근에서 10만TEU가 넘는 컨테이너가 하역을 기다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JP모간은 이번 파업으로 미국이 보는 손실이 하루 최대 50억달러(약 6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국내 주요 해운사들은 미국 동부 해안이 막히자 미국 서부 해안과 멕시코, 캐나다 등 대체항 확보에 나섰다. 국내 한 해운사 관계자는 “다음주 미국 동부 해안에 도착할 예정인 선박은 속도를 줄인 채 운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역업계는 파업이 장기화하면 해상 운임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동부 해안을 찾은 컨테이너선들이 제때 하역하지 못하면 연쇄적으로 배들의 발이 묶이기 때문이다. 스위스 MSC, 독일 하팍로이드, 프랑스 CMA·CGM 등 글로벌 해운사는 미국 동부로 가는 화물에 컨테이너 TEU당 1000~1500달러의 추가 요금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HMM도 오는 19일 미국 도착분부터 TEU당 1500달러의 추가 운임을 부과할 계획이다.
국내 주요 수출 기업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9월 4주차부터 수출 물량을 로스앤젤레스(LA) 등 서부 해안으로 돌린 뒤 대형 트럭을 통해 동부 내륙지방으로 짐을 실어 나르기로 했다. 현대글로비스는 화주인 현대자동차 등과 협의해 대체항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 북미법인 관계자는 “물류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가 현지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으며, 차량의 안정적인 처리 및 인도를 위해 비상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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