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보고서들이 부담스럽지 않으셨나요?"
지난달 30일 장수정 한은 조사국 조사역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이렇게 질문했다. 이날 세종 어진동 기획재정부 청사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와 최 부총리가 함께 연 '타운홀 미팅'에서다.
최 부총리는 "같은 이야기를 한은이 하면 국민이 보기에 정부가 얘기하는 것보다 더 신뢰가 높다고 생각해줄 수 있다"며 "이런 부분이 구조개혁 공론화 과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별히 불편함 없이,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6월엔 농업 분야의 폐쇄성을 지적하면서 사과 등 농산물을 수입하면 물가 수준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고 제언했다. 8월엔 강남 8학군의 사교육 열풍이 나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서울대 등 주요 상위권 대학의 학생 상당수를 '지역 비례'로 선발하자고 했다.
고용노동부, 농림축산식품부, 교육부 등 정부가 추진해야할 구조개혁에 관해 파격적인 목소리를 낸 셈이다. 최 부총리는 "시끄러운 한은이 된 이 총재의 용기와 결단을 존중한다"며 "오히려 모든 연구를 하면서도 (발표하지 않고) 안에서만 끝났다면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인적 자산이 가지는 국민의 기대만큼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얼마전 어느 행사의 축사를 쓰다가 너무 길어서 AI에 20%로 줄여보라고 했더니 너무 완벽하게 줄여서 더 손댈 필요가 없었다"며 "AI는 자신이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생산성이 많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컨설팅 회사들이 새로 생기는 노동력을 얼마고, 대체되는 인력이 얼마나 되는지 등에 대해 (보고서를) 내는데 아직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대체는 시간을 두고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창구 기재부 청년인턴은 "거점도시 중심 지역균형 발전을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 복안이 있느냐"고 질문했다. 이 총재는 "선거제도 등의 변화 없이는 어렵다"며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모든 시도에 공공기관을 나눠주는) 옛날 식으로 하는 걸 막는 것만해도 큰 공헌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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