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커머스’가 글로벌 e커머스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콘텐츠 커머스는 상품을 대놓고 판매하는 ‘라이브 커머스’와 달리 영화·드라마·웹툰 등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구매를 유도한다. 콘텐츠 팬층을 잠재적 소비층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특히 K드라마·영화 등의 인기가 치솟으며 한국이 콘텐츠 커머스의 핵심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글로벌 빅테크들은 잇달아 콘텐츠 커머스 시장에 진출했다. 가장 적극적인 건 유튜브다.
올해 초 쿠팡과 손잡고 쇼츠 등 동영상 콘텐츠에 등장하는 옷, 식품을 바로 살 수 있도록 하는 ‘제휴 태그’ 서비스를 한국에서 처음으로 출시했다. 지난 6월엔 카페24와 협업해 유튜브 내에서 상품 탐색부터 결제까지 할 수 있는 ‘유튜브 쇼핑 전용 스토어’도 만들었다. 넷플릭스 역시 구글과 선보인 포즈 애드 서비스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콘텐츠 커머스는 기존 검색 기반의 e커머스와 다르다. e커머스가 원하는 상품을 검색해 구매하는 ‘목적 구매’ 위주였다면 콘텐츠 커머스는 콘텐츠를 즐기다가 자연스럽게 소비 욕구를 자극해 구매를 유도한다. 상품 설명만 하는 라이브 커머스와도 차별화된다. 텀블러 하나를 팔더라도 인플루언서가 자신의 건강 관리 방법을 알려주고 시청자와 소통하는 등 콘텐츠를 앞세워 팬층을 만든다.
지난달 CJ온스타일이 선보인 예능 형식의 모바일 라이브쇼도 콘텐츠 커머스의 일종이다. 한예슬 등을 내세운 모바일 라이브쇼는 4회 만에 유튜브·틱톡 등에서 누적 조회 수 1000만 회를 넘어섰다. 흥행에 힘입어 모바일 라이브쇼의 월 거래액은 1년 전보다 108% 증가했다. CU도 ‘편의점 고인물’ ‘그르르 갉’ 등 편의점을 배경으로 한 웹드라마·예능을 자체 제작했는데 누적 조회 수가 3억 회를 넘어섰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유튜브쇼핑이 국내 선두인 네이버를 위협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는 콘텐츠 커머스를 필두로 한 글로벌 소셜 커머스 시장 규모가 2023년 1조2530억달러(약 1660조원)에서 2026년 2조9000억달러(약 3841조원)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K콘텐츠 열풍 속에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은 한국 기업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편의점 CU는 최근 빌보드코리아와 공동 마케팅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세계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빌보드 차트로 유명한 빌보드는 지난 8월 빌보드코리아를 설립하며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전 세계 K팝 팬이 K편의점, K푸드에 관심이 높다는 점에 착안해 CU와 편의점을 주제로 한 예능을 공동 제작하기로 했다. 숏폼 콘텐츠 커머스의 강자 중국 틱톡은 “한류 비즈니스가 2030년 1980억달러(약 261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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