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임윤찬(20)이 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세계적 클래식 음반 시상식 ‘그라모폰 클래식 뮤직 어워즈’에서 2관왕에 올랐다. 지난 4월 영국 명문 음반사 데카와 전속 계약을 맺고 발매한 첫 앨범 ‘쇼팽: 에튀드’로 피아노 부문을 수상했다. 한국인 피아니스트가 그라모폰상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별상인 ‘올해의 젊은 예술가’ 부문도 그의 차지였다.
임윤찬은 이날 한국경제신문에 보낸 수상 소감을 통해 “이런 큰 상을 받아야 할 사람은 내 가족과 선생님들, 위대한 예술가들, 에이전시 관계자 그리고 친구들”이라며 “세상에 태어나 처음 음악으로 접하게 된 부모님의 음성, 말투부터 눈으로 본 풍경, 새롭게 배운 감각과 지식이 전부 나의 음악에 켜켜이 녹아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살면서 듣거나 느낀 사소한 경험들이 모두 나의 피아노 연주로 표현돼 왔다”며 “나와 나의 음악은 주변 사람에게 매우 감사해야 한다”고 했다.
그라모폰상은 음악가들에게 최고의 영예로 여겨진다는 점에서 ‘클래식 음반계의 오스카상’으로도 불린다. 영국의 권위 있는 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이 1977년부터 해마다 시상식을 열고 있으며, 피아노·협주곡·관현악·실내악·현대음악 등 부문별로 선정한 최고의 클래식 음반에 대해 시상한다. 지금까지 피아니스트 마우리치오 폴리니·크리스티안 지메르만,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주빈 메타 등 전설적인 음악가들이 그라모폰상을 받았다. 한국인 수상자로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1990년 실내악·1994년 협주곡), 첼리스트 장한나(2003년 협주곡)가 있다. ‘올해의 젊은 예술가’ 부문에선 1993년 한국계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장영주)이 당시 12세의 나이로 수상했다.
임윤찬의 그라모폰상 수상 가능성은 일찍부터 높게 점쳐졌다. 올해 피아노 부문 최종 후보에 3개 음반이 올랐는데, 그중 2개가 임윤찬의 음반이었기 때문이다. ‘쇼팽: 에튀드’와 함께 2022년 밴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당시 임윤찬의 준결선 실황 연주가 담긴 앨범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이 치열한 접전을 치렀고, 결국 단 한 표 차로 ‘쇼팽: 에튀드’ 음반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그라모폰은 “쇼팽 에튀드에 대한 임윤찬의 해석은 현존하는 최고 중 하나”라며 “당분간은 어떤 쇼팽 에튀드 음반도 이보다 더 뛰어난 성과를 보여주긴 힘들 것”이라고 격찬했다. 이 앨범은 지난 5월 그라모폰의 ‘이달의 음반’으로 선정된 데 이어 미국 빌보드 정통 클래식 음반 차트 1위에도 올랐다.
임윤찬은 이날 시상식에서 리스트의 ‘순례의 해’ 제2년 이탈리아 중 페트라르카 소네트 104번을 연주했다. 그는 오는 12월 중순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지휘 파보 예르비)의 협연자로 내한할 예정이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