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일간 키이우인디펜던트 등은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며칠째 이어진 러시아군의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부흘레다르에서 철수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군당국자는 “러시아군이 측면으로 예비 병력을 파견하며 아군 병력이 포위될 위험에 처했다”며 “철수 결정은 병력과 장비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통제하는 우크라이나 지역 통합 조정위원인 블라디미르 로고프는 이날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통신에 러시아군이 부흘레다르 서부, 남부, 동부와 도심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으며 적이 북쪽 외곽으로 병력을 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부흘레다르 점령 여부를 언급하지 않았으나 친러시아 군사 블로거는 지난달 30일 우크라이나군이 철수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매체 모스콥스키콤소몰레츠는 우크라니아군 제72 기계화여단의 남은 병력이 전날 밤 무기를 버리고 무질서하게 철수했다고 보도했다.
부흘레다르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초기부터 러시아의 집중 공세를 견디며 요새 역할을 해온 탄광 마을이다. 로이터통신은 이 마을은 고지대에 있어 포격하기 좋은 데다 우크라이나 남부 전선과 동부 전선을 잇는 지점으로 전략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런 지리적 특성을 활용해 전쟁 초기부터 이곳을 거점으로 자포리자와 도네츠크를 오가는 러시아군을 견제해왔다. 전쟁 발발 전 인구는 1만4000명을 넘었지만 현재 민간인은 107명만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군의 이번 철수는 전선에서 심각한 열세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크라이나군은 올해 들어 병력 규모나 무기의 질과 양에서 압도적인 러시아군을 막아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해 “승리를 위해 더 큰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할 수 있게 허용해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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