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역대급 혼란에 빠진 대입, 2026학년도 입시도 안갯속

입력 2024-10-03 17:43   수정 2024-10-04 00:21

‘83명 vs 4478명’

지난 6월과 9월 치러진 모의평가에서 국어 영역 만점을 받은 수험생 수다. 3개월 사이 국어 만점자가 50배, 전 과목 만점자는 6명에서 63명으로 10배 늘었다. 의대 증원으로 그 어느 때보다 ‘n수생’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마당에 수능 난이도마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올해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전례 없는 불확실성 속에 수능을 맞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도 할 말은 있다. 모평은 연습 기회이므로 이를 통해 그해 수험생의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적정 난이도를 조절하겠다고 한다. 결국 수능 난이도를 잘 맞추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교육 현장에서는 수능의 최종 난이도 조절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크다. 입시 안정성을 해치는 대입 정책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대통령이 갑자기 들고나온 킬러문항 배제 정책이 그 시작이다. 수능을 불과 5개월여 앞둔 시점에 파급 효과가 큰 정책을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4년 사전 예고제 같은 원칙은 잊힌 지 오래였다. 킬러문항 배제가 물수능과 변별력 부족을 가져올 것이란 우려가 뒤따르자 정부는 준킬러문항이라고 불리는 문제를 잔뜩 출제했다. 지난해 수능이 역대급 불수능으로 치러진 이유다.

올 들어서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라는 ‘핵폭탄급’ 이슈가 등장했다. 지방대 의대생을 비롯한 상위권 n수생이 대거 유입될 것이란 전망에 6월 모평은 지난해 수능보다 더 어렵게 출제됐다. 정부는 공교육에서 다루는 내용만으로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문제를 출제해 킬러문항이 없었다고 했지만 ‘킬러문항을 킬러문항이라고 부르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결국 9월 모평은 다시 쉽게 출제됐다. 국어나 수학에서 만점을 받아도 의대 등 최상위권 대학 입시에서 탈락할 수 있을 정도다. 변별력이 없어졌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당장 수능이 50일도 남지 않았지만 정부의 ‘영점 조절’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의대 증원 등으로 9월 모평을 보지 않은 n수생이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시험을 보는 집단이 누구일지 모르는 상태에서 문제를 내야 하는 셈이다. 지난해 불수능 이후 ‘n수생의 수준을 너무 높게 봤다’는 평가가 나온 것도 올해 수능 난이도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

더 큰 문제는 역대급 혼란 상황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점이다. 지금 고 2학생이 대입을 치르는 2026학년도는 의정 갈등으로 의대 정원도 확정되지 못했다. 교육이 백년대계라는 말은 식상할 정도로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도 정부 정책이 오히려 혼란을 자초하는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수험생들의 혼란을 막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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