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지옥', 애플TV플러스 '파친코' 시리즈, ENA '유괴의날', 그리고 '굿파트너'까지 완벽한 필모그라피를 쌓아 올리고 있는 배우가 있다. 올해 겨우 13세. 하지만 지난 5월 진행된 제60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쟁쟁한 성인 연기자들을 제치고 TV 부문 여자 신인 연기상을 차지할 정도로 될성부른 떡잎으로 인정받았다. 배우 유나가 앞으로 선보일 작품들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굿파트너'는 이혼이 '천직'인 스타변호사와 이혼은 '처음'인 신입변호사의 차갑고 뜨거운 휴먼 법정 오피스 드라마다. 유나는 대한민국 대표 이혼 전문 변호사라 꼽히는 차은경(장나라 분)과 국민 불륜남이 된 김지상(지승현 분)의 딸 김재희 역을 맡았다. 은경을 닮아 똑부러지고 지상을 닮아 감수성이 풍부한 재희는 두 사람 이혼의 '핵심'이었다. "불륜남에게 딸을 보낼 수 없다"는 은경과 "내가 다 키웠다"는 지상이 양육권을 두고 다투는 상황에서 재희의 마음이 누구에게 향할지 막바지까지 관심을 고조시켰다.
"촬영할 땐 모르다가, 바람핀 아빠의 모습을 화면으로 보니 숨만 쉬어도 싫었다"며 "엄마랑 사라 이모에게 화낼 땐 어이가 없어서 종영 파티에 '왜 그랬냐'고 따지기도 했다"며 까르르 웃는 유나는 발랄한 중학교 1학년 그 모습 그대로였다. "친구들도 네가 까부는 모습 다 폭로할 거다"고 놀릴 만큼 학교 내에서는 분위기 메이커로 불린다는 유나는 "엄마에게 틱틱대고, 화내며 소리 지른 적이 없어서 어색했다"며 "명준 삼촌(윤계상)에게 조언을 구했다"고 말하며 재희가 되는 과정을 전하며 '유괴의 날' 종영 이후에도 여전히 끈끈한 관계를 드러냈다. 명준은 '유괴의 날'에서 윤계상이 연기한 역할 이름이다.
"명준 삼촌이 저희 아빠랑 동갑이더라고요. 작품이 끝나고도 (god) 콘서트에도 초대해주시고, 밥도 사주셨어요. 촬영할 땐 저랑 친해지려고 젤리도 8만원어치다 구매하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저에게 바로 주지 않으시고 옆에 쌓아 놓기만 하셔서 전 '삼촌이 드시고 싶어서 샀나 보다' 했어요.(웃음)"
'굿파트너' 촬영장에서도 엄마인 장나라, 아빠인 지승현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는 유나다. 유나의 생일인 7월 18일에 있던 촬영에 장나라는 케이크를 준비해와 깜짝 파티를 해주고, 지승현은 치킨 기프티콘을 선물해줬다는 후문이다.
'굿파트너' 재희를 보며 "공부도 잘하고, 마지막에 아빠를 만나러 가는 모습도 멋있었다"며 "재희가 성장하는 모습을 응원했다"는 유나는 그래서 드라마의 결말에도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주변에서도 "재밌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다만 친한 친구들이 "버릇이 없다"는 핀잔을 줬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전 학교 가는 게 좋아요. 친구들이랑 노는 게 재밌어요. 그런데 촬영장에 가면 더 재밌어서, 촬영장 가는 게 좋고, 촬영이 없으면 학교에 갈 수 있으니 좋아요."
'파친코' 어린 선자부터 '유괴의 날' 로희, '굿파트너' 재희까지 발랄하고 귀여운 실제 모습과 전혀 다른 캐릭터들을 "어떻게 연기하냐"고 물으니 "대본을 보고, 연기할 땐 그 말투로 변하는 거 같다"면서 '연기 천재'다운 답변을 내놓았다. 함께 연기한 장나라, 남지현에게도 "몸집이 조금 작은, 하나의 배우이자 동료였다"는 평가를 받은 유나는 "앞으로도 계속 연기를 하고 싶다"며 "주변에서 좋은 칭찬을 받으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만 있다"고 성숙한 모습도 뽐냈다.
"작품을 할 때마다 느끼는데, 계속 연기가 확장되는 거 같아요. 표현의 범위가 넓어진 느낌이에요. 아무래도 경험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요즘은 악역을 하고 싶어요. 영화 '파묘'를 부모님과 3번이나 봤어요. 제 나이에 할 수 있는 어린 무당 역할을 해보고 싶더라고요. 소화하기 힘든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부모님의 권유로 연기를 시작했지만, "제가 좋고, 재밌어서 계속 연기를 하고 싶다"는 다부진 모습을 보이는 유나였다. 하지만 활동하면서 가장 의지하는 인물로 "엄마"를 꼽았다. 본명 전소현을 두고 유나라는 활동명을 쓰는 것도 "배우와 일상의 삶을 분리해서 살아가길 바란다"는 어머니의 조언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도 "롤모델은 따로 없다"면서 당당히 자신만의 길을 걷겠다는 당찬 10대의 모습을 보였다.
"롤모델은 없지만 추구하는 연기 스타일은 있어요. 진심을 담아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거예요. 그래서 생활 연기가 가장 좋고, 어려운 거 같아요. 어색하게 하면 더 도드라져 보이니까요. 그래서 저도 생활 연기도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최민식, 황정민 배우님 같은 분들처럼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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