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반지의 제왕' '호빗' 시리즈로 유명한 영화감독 피터 잭슨이 멸종 방지 스타트업에 거액을 투자했다. 매머드, 도도새 등 이미 지구상에서 사라진 동물들을 부활시키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베팅하면서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잭슨 감독과 그의 파트너 프로듀서 프랜 월시가 최근 멸종 방지 스타트업 콜로살 바이오사이언시스에 1000만달러(약 132억원)를 투자했다. 잭슨 감독의 대변인은 "잭슨 감독의 고향인 뉴질랜드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종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생명공학 회사 콜로살을 지원하게 됐다"고 밝혔다.
잭슨 감독의 투자는 설립 4년차인 콜로살의 누적 투자금을 2억3500만 달러로 끌어올렸다. 콜로살의 공동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벤 람은 블룸버그에 "우리는 정말로 더 많은 자금을 모으려던 것은 아니었다"며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우리에게 관심을 보였고, 잭슨 감독과 몇몇 사람들이 우리 사업에 큰 흥미를 느끼는 게 전략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콜로살은 2021년에 벤 람과 하버드대학교 유전학자 조지 처치에 의해 설립됐다. 콜로살의 핵심 목표는 매머드, 도도새, 태즈메이니아 주머니늑대 등 멸종된 종들을 되살리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개발된 유전자 공학 기술을 상업적으로 활용해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도도새 등을 되살리겠다는 콜로살의 구상은 고생물 유전학자들로부터 실현 가능성 등과 관련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멸종 동물을 복원한다는 '과대 광고'보다 현실적인 기술력 등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애슬랜틱 카운슬의 제이미 메츨 선임 연구원은 "큰 그림에 관한 이야기로 어떤 이슈에 대해 에너지와 흥미, 열정을 많이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그것이 작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에도 똑같은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며 "콜로살의 작업이 실제 세계 문제들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이 같은 가능성을 보고 콜로살에 대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윙클보스 캐피탈 매니지먼트, 호텔 체인 재벌 패리스 힐튼 등 거액 투자자들은 콜로살의 2개 자회사로부터 주식 형태로 수익을 받고 있다. 2022년에 3000만달러의 자금으로 출범한 소프트웨어 회사 폼 바이오, 플라스틱 분해 기업 브레이킹 등이 콜로살의 자회사들이다. 브레이킹은 올해 4월에도 105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콜로살은 이날 자사의 생명공학 기술을 통해 멸종 위기 동물 지원 단체들을 돕기 위한 비영리 단체인 콜로살 파운데이션을 출범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기존 투자자들로부터 추가로 5000만달러를 모금했다. 이 재단은 현재 멸종 위기에 처한 수마트라 코뿔소, 상아부리 딱따구리, 돌고래의 일종인 바키타의 종 보존 계획을 논의 중 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