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분리조치 실행한 회사에 위자료 배상 판결…왜?

입력 2024-10-04 14:31   수정 2024-10-04 14:36


직장 내 괴롭힘 조사 기간에 신고자와 피신고자 사이에 분리조치를 내렸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면 회사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분리조치 기간 중 업무지시를 한 행위 자체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제3-3민사부는 지난달 12일 세종도시교통공사 소속 버스 기사 A씨 등 2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A씨 등은 2020년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버스 배차·복무 관리 등을 담당하는 사무직 근로자 3명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진정서를 대전지방고용노동청에 제출했다.

노동청은 2022년 1월 사무직 근로자 B씨의 일부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하고 그에 대한 불이익 조치 등을 내릴 것을 세종도시교통공사에 지도했다.

이후 원고들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회사를 상대로 위자료 각 1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 측 주장을 대부분 인용해 위자료로 1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B씨의 행위 일부만 괴롭힘 행위로 인정해 위자료 액수를 30만원으로 낮췄다.

항소심 재판부는 직장 내 괴롭힘 조사 기간에 피신고인인 B씨가 직접 신고인인 A씨에게 차량 내 잘못된 운전자격증 게시를 지적한 것은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 판단했다.

그동안 분리조치 미실행을 이유로 회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사례는 있었다. 하지만 분리조치를 실행한 사업장에서 해당 조치와 관련된 회사 측 책임이 인정된 경우는 이 사건이 처음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분리조치 기간에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A씨를 직접 대면해 업무를 수행한 행위는 그 업무의 필요성과 정당성 여부와 관계없이 A씨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A씨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3항은 조사 기간 피해를 주장하는 근로자의 보호 의무를 규율하고 있다. 이에 A씨는 B씨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소했으나 수사기관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는 직장 내 괴롭힘 여부에 관한 것이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 신고로 인한 불리한 처우 여부에 관한 것으로서, 위 불기소처분 사실은 위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산재요양 승인을 받은 A씨에게 병원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며 업무상 재해로 인한 병가를 즉시 승인하지 않은 행위도 직장 내 괴롭힘이 맞다고 봤다. 또 다른 원고 C씨가 업무상 재해로 산재요양 승인을 받고 다음날부터 근로가 불가한 사정을 B씨에게 알리며 병가 신청을 냈으나 이를 거부한 것도 괴롭힘 행위로 인정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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