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숙주 삼은 한딸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비판해오고 있는 전여옥 전 의원이 최근 한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받은 악성 댓글에 보인 반응이다. 전 전 의원은 이들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강성 지지자를 부르는 '개딸'(개혁의 딸)에 빗대 '한딸'(한동훈의 딸)이라고 지칭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한 대표의 지지자들이 최근 한 대표를 비판하는 반한(反한동훈)계 인사들을 향해 거세게 비난하는 모습이 종종 포착된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4일 한 대표와 그 측근들을 향해 '신데렐라 신드롬'이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한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이 이들의 심판대 위에 올랐다.
이날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 "박해(혹은 소외) 받는다는 신데렐라 신드롬이 한 대표 측근들의 급발진을 불러오지만, 나를 비롯해 적지 않은 사람들은 한 대표는 신데렐라가 아닌 황태자라고 생각한다. 윤 대통령이 있었기 때문에 젊은 나이에 법무 장관이라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썼다가 지웠다.
그러자 한 대표의 지지자들은 격분했다. 한 대표의 공식 팬카페 '위드후니'에서 이들은 김 의원의 글을 캡처해 공유하면서 "권력에 붙어 사는 기생충", "꼬라지도 보기 싫다", "얼굴만 봐도 토할 것 같다", "광견병에 걸렸나 보다", "쓰레기" 등 막말을 쏟아냈다
앞서 "우린 개딸들과 다르다"면서 내걸었던 '비속어·비하 표현·욕설·반말 금지', '문자 폭탄·개인 신상털이 금지' 등 회원 수칙은 오간 데 없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다른 한 대표 지지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김 의원의 것으로 추정되는 연락처를 공유하거나, 김 의원의 아들까지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당대회 직후인 지난 7월 말에도 한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이 조직적으로 당시 친윤(親윤석열)계 정점식 정책위의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서 논란이 일었었다.
이때 정 의원의 페이스북에는 한 대표 지지자들로 수백명이 우르르 몰려가 댓글 테러를 가했다. "최선의 선택은 자진사퇴임을 반드시 기억하고 결단하시길", "왜 당심을 무시하고 사퇴 안 하나", "새 지도부에 부담을 주지 말라"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도 관련 글이 다수 올라왔다.
이에 친윤계 장예찬 전 최고위원은 "우리가 그토록 비판해온 개딸과 차이점이 뭐냐"고 꼬집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한 대표의 팬덤에 대해 "우리 당의 전통적 당원과 매우 다른 행태를 보이고 있다. 문자 폭탄도 오고 별별 일이 다 있나 보더라"라면서 개딸과 상당히 닮아있다고 보인다고 했다.
이 밖에도 위드후니에서는 한 대표를 비토해오고 있는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서는 욕설과 함께 "개만도 못한 인간", "치매 검사 안 했나", "쓰레기", "역겨운 노인"이라는 폭언이 포착된다. 친윤계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에 대해서도 "애완견", "얼굴 보는 것도 역겹다"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댓글이 다수 있었다.
친한계로 꼽히는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지난 8월 라디오에서 "한동훈 팬덤은 개딸들처럼 인격 모독적인 표현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기대와는 전혀 다른 실상이 드러난 셈이다. 일부 강성 지지층은 김민전 의원과 정점식 의원에게 문자 폭탄을 자행했던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모든 국민에게 표현의 자유가 있고,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거나 지지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도 분명히 있다. 이 과정에서 충분히 비판도 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이견을 조직적으로 비판하거나, 인신 공격하는 행위는 당의 건강성을 해칠 수 있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대로 간다면 민주당의 팬덤 정치를 지적할 수 있겠냐"고 했다.
장예찬 전 최고위원도 한 대표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욕설 섞인 '문자 폭탄'을 받았었다고 했다. 그는 "본인들은 스스로가 개딸과 다르다고 하지만, 실제 언어폭력을 보면서 점점 개딸화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제는 개딸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딱 집어서 말하기 어려운 시점까지 온 게 아닌가. 이재명 대표는 보여주기식이라도 개딸에게 자제를 촉구했는데, 한 대표도 좌표 찍기나 악플 테러 등에 대해 자제를 요청해야 하는 책임이 있지 않냐"고 했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지난해 말 '정치 양극화의 실태와 개선방안' 연구보고서에서 "팬덤 정치는 불합리한 정치다. 시민을 극단적으로 분열시켜 놓고 인간관계를 증오와 혐오로 갈라놓은 뒤 자기들끼리만 몰려다니는 어두운 정치"라며 "서로가 다르게 옳기 위한 정치가 아니라, 자신들만 옳기 위한 정치다. 이런 정치는 정치가 아니라 독단이며, 독단은 민주주의의 적"이라고 짚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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