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의 가정용 비강 스프레이 인플루엔자 백신 ‘플루미스트’(사진)는 지난달 20일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습니다. 말 그대로 콧구멍을 통해 약물을 분사하는 방식의 백신입니다. 좌우 비강에 각각 0.2mL를 한 번만 뿌려주면 됩니다. 효과 지속 기간은 6~12개월 정도로, 비용도 일반 백신주사와 비슷합니다.
간편한 접종 방법에 효과가 있을까 의구심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강백신이 인플루엔자 감염을 막는 데는 오히려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독감과 같은 호흡기 질환은 주로 코 점막(비강)이나 상기도를 통해 감염됩니다. 코에 뿌리는 백신은 점막을 통해 약물이 흡수되는데, 이 과정에서 비강과 상기도 내에 면역세포를 활성화합니다. 비강면역반응을 일으켜 오히려 감염을 효과적으로 예방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맞는 주사 형태의 백신은 전신면역반응을 유도해 폐 감염 등에는 더 유리합니다. 의료 전문가들이 두 가지를 모두 투여하는 게 이상적인 백신 접종 방법이라고 평가하는 이유입니다.
플루미스트는 2003년 허가된 약물입니다. 그러나 의료기관용으로만 승인됐습니다. 임상시험을 통해 자가 투여와 의료진 투여가 효능이나 부작용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이에 자가 투여가 가능해진 겁니다.
투여 가능한 나이대는 2~49세입니다. 49세 이하 성인은 직접 투여하고, 18세 미만 미성년자는 부모나 보호자가 대신 코에 뿌려주면 됩니다. 주사를 무서워해 백신 접종을 꺼리는 어린이도 거부감 없이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8세 이하 어린이는 사용 전 의료진과의 상의가 필요합니다.
미국에서는 내년부터 플루미스트의 자가 투여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편리성을 높이기 위해 집으로 직접 플루미스트를 배송받을 수도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병원에서만 플루미스트를 접종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허용된 자가용 플루미스트는 국내 출시가 미지수입니다. 현행 의료법에는 의료진이 아닌 사람이 백신을 자가 투여하는 것이 금지돼 있어서죠. 또한 처방전 없는 약 배송도 불법입니다. 집에서 백신을 편리하게 맞는 시대가 오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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