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투적인 위협보다 더 주목해야 할 대목은 은연중에 드러난 그의 속내다. 김정은은 연설에서 “오랜 기간 간고한 도전을 이겨내고 핵강국으로서의 절대적 힘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여러 차례의 미북·남북 정상회담이 핵개발 시간을 벌기 위한 기만전술이었다는 실토로 해석하기에 충분한 언급이다. ICBM 발사, 고농축 우라늄 생산시설 건설 등 일련의 과정을 착착 밟고 있는 그의 행보와도 일치하는 발언이다.
문재인 정부의 몽상적 정책이 얼마나 자해적이었는지 새삼 돌아보게 된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핵개발은 방어용”이라며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강조해 미·북 정상회담을 만들어내고 시간을 벌어줬다. ‘하노이 노딜’로 핵 포기 의지가 없음이 드러난 뒤에도 “내가 북한을 잘 안다”며 제재 해제에 총력전을 펼치다가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을 자초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문 전 대통령과 주변 인사들은 시대착오적 대북관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문 전 대통령은 최근에도 ‘미국의 강경책이 북을 핵무장으로 몰았다’며 책임을 떠넘기고 윤석열 정부가 남북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 중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문 대통령의 혜안이 한반도 평화에 새 지평을 열었다”고 했다. 북핵을 옹호하는 교과서가 버젓이 발간되는 이유일 것이다. 김정은과 북 체제에 대한 환상을 깨는 대오각성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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