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는 4일 민주당의 금융투자소득세 사실상 유예 결정의 의미를 이같이 해석했다. 지역이나 계층 등 기존 집단에 비해 정치권에서 홀대받던 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시장 및 기업 관련 제도에 대한 투자자 영향력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투세는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20년 정부안으로 발의돼 국회를 통과했다. 시행 시점은 2023년이었다. 당시만 해도 금투세 도입에 대한 여야 간 견해차는 크지 않았다. ‘다른 자산과 마찬가지로 증권 투자 소득에도 과세가 이뤄져야 한다’는 대전제에 정치인들이 동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 들어선 윤석열 정부가 2022년 6월 ‘금투세 시행 2년 유예’ 방침을 발표하면서 정치 쟁점화됐다. 금투세 시행에 대한 투자자 우려가 유예의 이유였다. 당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시장의 불확실성이 크고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제도의 큰 변화는 당분간 유예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시행을 주장했지만 투자자들의 금투세 반대 목소리가 예상보다 크자 이재명 대표가 나서 입장을 선회시켰다. 22대 총선을 3개월 앞둔 올해 1월에는 윤 대통령이 직접 금투세 폐지 방침을 발표했다.
1400만 명으로 불어난 증권시장의 개인투자자가 제도 설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정치권은 평가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투자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경우 투자자들이 얼마나 결집할 수 있는지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 같은 투자자 결집은 증시는 물론 기업 관련 제도 변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당장 민주당은 금투세 유예의 전제로 상법 개정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사충실 의무 확대’ 등 경영계는 우려하지만 일부 투자자는 반기는 내용이 담겼다. “금투세 물줄기를 바꾼 개인투자자의 힘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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