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하다 李 뜻대로…재보궐 승부처서 '금투세 유예' 발표할 듯

입력 2024-10-04 18:06   수정 2024-10-05 01:57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여부를 놓고 4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 내용에 대한 설명은 의원마다 달랐다. 노종면 원내대변인 등 지도부에 가까운 인사들은 “의총에서 나온 보완 후 시행 의견과 유예, 폐지가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다른 의원은 “처음부터 시행에 방점을 둔 의원들의 발언이 더 많았다”며 “이대로 가다간 당 지도부의 방향과 다르게 결과가 전개될 것 같아 개인적으로 유예 주장을 펼쳤다”고 했다. 일찌감치 금투세 유예로 방향을 잡은 당 지도부가 의총 분위기를 실제와 다르게 외부에 공표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금투세 폐지 목소리 커진 野

다만 이번 의총에서는 그간 거의 나오지 않은 ‘금투세 폐지’를 주장한 의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4일 금투세를 주제로 한 정책 토론회 이후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유예를 넘어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친명(친이재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5선)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합리적 성향의 중진 의원 상당수는 금투세 폐지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금투세를 아예 폐지한 뒤 정권교체 후 새로운 정권에 맞춰 새로운 공약을 내걸자”는 발언도 의총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보완 후 시행’ 입장을 고수하던 의원 중에서 유예론으로 선회한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금투세 토론회에서 ‘시행팀’ 토론자로 나선 임광현 의원은 이날 금투세 도입 시기를 4년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의원은 지난달 22일 국내 주식 기본공제를 연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은 금투세 보완 법안을 발의한 대표적인 ‘금투세 강경파’였다.
○팽팽한 논리싸움 이어져
유예론을 주장한 의원들은 금투세 도입이 처음 논의된 2020년과 지금의 주식시장 상황이 크게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내 주식시장 침체가 길어지고 개인의 해외 증시 투자도 늘어난 가운데 금투세를 섣불리 도입하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논리다. 한 유예파 의원은 “금투세 부과와 재벌 개혁을 연결 짓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특히 지방선거(2026년)와 대선(2027년) 등 향후 선거 일정 등을 감안해 유예 기간을 2년이 아니라 3년, 4년으로 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시행론 쪽 의원들은 이미 여야가 2년 전에 내년 1월로 시행 시기를 합의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노 원내대변인은 설명했다. 정부·여당이 금투세 폐지를 주장하는 만큼 민주당이 금투세를 유예하거나 폐지하면 향후 협상력이 떨어질 것이란 지적도 제기됐다고 한다. 이와 함께 야당이 추진하는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 등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 처리에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금투세 혼란, 이제는 끝나나
국회 다수당으로 법안 개정의 키를 가진 민주당은 그간 금투세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정하지 못해 개인투자자들로부터 원성을 샀다. 지난 7월 이재명 대표가 당대표 출마 회견에서 ‘금투세 유예’를 처음 언급한 이후 지도부 인사와 의원들은 엇박자를 내왔다. 특히 진성준 정책위원회 의장 등 정책라인이 이 대표의 유예론 주장에도 ‘보완 후 시행’ 뜻을 굽히지 않았다.

금투세에 대한 이 대표의 침묵이 길어지자 개인투자자 사이에선 ‘재명세’ 등 원색적인 비난도 나왔다. 이언주·김민석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가 지난달부터 유예론을 꺼내며 여론 진화에 나섰지만, 금투세 토론회에서 시행팀이 ‘인버스 투자’를 독려하는 듯한 실언을 해 상황은 악화됐다.

‘금투세 결정권’을 갖게 된 이 대표가 유예 혹은 폐지로 결정하더라도 상법 개정안이 조건부로 달릴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금투세 토론회 토론자들은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해달라는 건의서를 당 정책위에 제출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여당이 금투세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민주당만의 담론을 가져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배성수/정상원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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