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제출받은 ‘국내 복귀기업 선정 및 지원 현황’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국내에 돌아온 유턴기업(108곳) 가운데 대기업은 4곳으로 4%, 중견기업은 33곳으로 30%에 불과했다. 올해는 8월까지 13곳이 돌아왔고, 대기업 유턴은 없었다. 코로나19 대유행과 미·중 갈등 심화로 중국에 진출한 주요 기업이 대거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기대가 무색한 결과다.
정부는 2014년부터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법)을 시행하며 기업의 국내 생산 기반 확대를 유도하고 있지만 성과는 지지부진하다. 기업당 지원 규모가 많아야 400억원 수준으로 크지 않을 뿐 아니라 법인세 감면 등 세제 혜택도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현행 기준으로 유턴기업은 법인세를 7년은 100%, 이후 3년은 50% 감면받을 수 있지만 최근 5년간 유턴기업이 받은 법인세 감면액은 20억원에 그쳤다. 이 기간 전체 지원액(4167억원)의 대부분은 유턴 시 주는 투자보조금(4086억원)이 차지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대기업은 다른 제도를 통해 법인세를 감면받고 있어 아예 감면 신청을 하지 않는 곳이 많다”며 “유턴 후 이익을 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기업이 많은 것도 법인세 감면액이 적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메뉴엔 있지만 실제론 먹을 수 없는 혜택인 셈이다.
반면 한국과 산업 여건이 비슷한 일본은 유수 대기업의 복귀가 잇따르고 있다. 작년 6월 일본 파나소닉은 중국 광저우에 있던 에어컨 생산거점을 올해부터 일본 시가현 구사쓰 공장으로 이전했다. 그 밖에 도요타, 혼다, 야스카와전기, 스바루, 캐논 등 유수 대기업이 유턴에 나섰다. 이렇게 한 해에 돌아오는 기업만 600~700곳에 달한다. 유턴법 시행 이후 10년간 한국에 돌아온 모든 기업(151곳)을 합친 것보다 많다.
유턴 활성화를 위해선 단순 인센티브만이 아니라 높은 최저임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노사 여건, 수도권 입지 규제 등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지난 7월 발표한 ‘국제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한국의 기업 여건은 67개국 중 47위, 정부 효율성은 39위에 머물렀다. 삼성전자 사장을 지낸 산업 전문가인 고 의원은 “지난해 해외직접투자(FDI)를 통해 해외로 진출한 국내 기업은 2816곳으로 유턴기업의 100배가 넘는 실정”이라며 “중국에서 철수한 기업이 같은 투자를 하면서 한국에 돌아올 만큼 기업 여건이 좋은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환/정영효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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