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경기도청을 깜짝 방문해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회동을 가졌다. 전직 대통령이 경기도청을 공식 방문하기는 처음이다. 김 지사가 영입한 친문(친문재인)·비명(비이재명)계 보좌진도 회동 자리에 함께하며 정치적 해석도 나온다.
문 전 대통령은 4일 저녁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10·4 남북정상선언 17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오후 4시께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경기도청을 찾았다. 김 지사는 도청 1층 로비에 나와 문 전 대통령 부부를 영접했다. 문 전 대통령은 환영나온 직원들과 악수하며 환대에 감사를 표했다. 직원들은 '이니♡수기 환영해요'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문 전 대통령은 도청 5층 도지사 집무실에서 김 지사와 40분간 환담했다. 이 자리에는 3명의 경기도 부지사와 정무수석, 비서실장, 대변인 등 보좌진이 배석했다. 경기도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문 전 대통령이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진행 상황에 대해 물었고, 김 지사는 "저희가 다 준비했지만 중앙정부가 주민투표에 답을 주지 않고 있다. 경기도는 지금 윤석열정부와 다르게 독자적인 길을 가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지사는 독자적인 길로 '확대재정 추진', '기후변화 대응 정책 및 RE100선언', '사회적 경제 추진' 등을 거론했다. 문 전 대통령은 "경기도가 비중이 가장 크니까 경기도가 방향을 바로 잡으면 대한민국을 선도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중앙정부가 다른 방향으로 갈 때, 경기도가 가야 할 방향으로 선도하면 바람을 일으키고 포용할 수 있겠죠"라고 응원했다고 한다.
김 지사는 회담 뒤 'DMZ 백목련 꽃차', '비무장지대 대성마을 햅쌀', '민통선 장단 백목(콩) 종자' 등 평화 염원 3종 세트를 문 전 대통령에 선물했다.
문 전 대통령 부부와 김 지사 부부는 도청 인근 광교호수공원 주변을 거닐며 산책 나온 시민들과 인사도 나눴다.
김 지사는 민선 8기 후반기 들어 옛 친문계 출신 비명계 인사인 전해철 전 국회의원을 도정자문위원장으로 위촉했다. 또 강민석 전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경기도 대변인으로 임명하는 등 정무 라인을 정비해다. 이에 '이재명 대항마'로서 입지를 다지며 대권 행보에 시동을 거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김 지사는 2022년 6월 도지사 당선인 신분으로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데 이어 취임 이후 지난 3월까지 3차례 평산마을을 방문, 문 전 대통령과 정국 현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바 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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