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아무도 몰랐다"…30대 남성, 죽은 뒤 밝혀진 사인

입력 2024-10-04 20:56   수정 2024-10-04 21:29


아들이 15년 동안 사망 위험을 가지고 살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한 어머니의 사연이 화제다.

지난 2일(현지시간) 더 미러 등 외신에 따르면 존 폴 맥라플린은 2022년 34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그의 어머니 에스더 맥라플린에 따르면 존의 사인은 '뇌전증에 의한 갑작스러운 예상치 못한 돌연사(Sudden Unexpected Death in Epilepsy, 이하 SUDEP)'였다.

SUDEP는 뇌전증 환자가 부상이나 뇌전증 지속 등 알려진 원인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해 사망하는 것을 말한다. 뇌전증은 뇌에 있는 신경세포가 과흥분해 생기는 질환으로, 발작 증상을 동반한다. 약물치료를 우선으로 하며, 드물게 약물로 치료되지 않으면 수술로 발작을 일으키는 뇌 조직을 제거해 치료할 수 있다.

SUDEP는 대부분 수면 중에 발생하며, 반드시 발작으로 인해 사망하는 것은 아니다. SUDEP 사례 중 3분의 1에서 발작이 발견됐으며, 이 경우 엎드린 상태로 발견될 때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SUDEP로 사망하는 경우, 발작으로 기도가 막혀 질식사하거나 심박수가 느려지는 등 문제로 사망할 수 있다. SUDEP를 예방하려면 발작의 발생 위험을 낮춰야 한다. 뇌전증 환자들은 약물 치료 등을 통해 발작을 조절해야 한다. 관련 증상을 가진 환자의 가족은 발작이 있을 때 대처하는 법을 숙지해야 한다.

앞서 존은 지난 2004년 친구들과 싸우다가 야구 방망이에 맞아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다고 한다. 당시 그는 몇 차례 발작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2년이 지난 뒤 2006년 19살에 뇌전증 진단을 받았다. 에스더는 "의사들은 이 사건이 뇌전증을 일으켰다고 확신할 수 없다고 하지만, 내 직감으로는 야구 방망이에 맞은 게 건강에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라며 "그전까지는 발작이나 뇌전증 증상이 나타난 적이 한 번도 없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매주 3~4번은 발작을 일으켰다. 발작 때문에 온몸에 멍이 들고 카페트에 쓸린 자국이 있었다"며 "발작이 일어나면 온몸이 경직되면서 숨을 멈추곤 했는데 내가 본 중 가장 무서운 장면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2022년 1월 에스더와 존의 친구들은 존과 연락이 닿지 않자, 존이 혼자 살던 아파트를 찾았다. 그곳에서 이불을 덮은 채 침대에 누워 숨진 존을 발견했다. 에스더는 "아들의 사망 진단서에 적힌 사인을 보고서야 SUDEP에 대해 알게 됐다"며 "만약 미리 알았다면 애초에 아들을 혼자 살도록 두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후회했다.

에스더는 현재 SUDEP를 알리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그는 "SUDEP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었고, 보고서를 봤을 때 그게 무엇인지 물어봐야 했다. 들어본 적도 없는 진단과 사인을 받는다는 건 너무 부당하다"며 "다른 부모들에게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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